하얼빈의 빙설축제를 돌아보고
하얼빈의 빙설축제를 돌아보고
  • 전희재
  • 승인 2008.02.18 16: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두산(白頭山)의 천지(天池)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쑹화강이 흐르고 있다. 이 쑹화강변에 흑룡강성 하얼빈시가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 세계 3대 겨울 축제중의 하나인 빙설축제가 한창이다. 지난 1월 5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거의 한달 반동안 빙설축제가 이어진다.

한 낮에도 영하 20도를 넘는 강추위임에도 이곳 빙설축제를 보기위해 한 해 연 200여만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관람객들은 중국내국인뿐만 아니라 동남아등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다. 2월 중순이 지나면 기온이 상승하여 얼음과 눈이 차츰 녹아 빙설축제의 대단원은 막을 내린다.

하얼빈은 중국 동북부 흑룡강성의 성도로서 중국 금(金),청(淸) 두 왕조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로서 묘한 도시 건축양식과 분위기로 '동방의 파리'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으며 1985년부터 개최하기 시작한 하얼빈빙설제로 얼음성(氷城)으로 불리기도 한다.

빙설축제기간은 온통 하얼빈시가 축제장이다. 거리 곳곳에 대형 얼음조각이나 얼음 건축물이 즐비하게 널려 있다. 특히 축제 기간중에는 많은 관광객덕분에 호텔등 숙박시설이나 음식점등에서 지역소득이 엄청나게 늘어난다고 한다.

세계축제로 자리매김

하얼빈의 얼음축제는 1963년부터 열리기 시작했지만 공식적으로 개최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제1회 하얼빈 빙설제가 열리면서부터이다. 이 후 해마다 1월 5일부터 약 한달 반동안 개최되는 눈과 얼음의 축제로서 빙등제(氷燈祭)와 빙설제(氷雪祭)가 각각 자오린공원(兆麟公園)과 타이양다오공원(太陽島公園)에서 열리며 이와 별도로 눈조각박람회, 상품전시회, 기업상담회, 문화예술공연 등의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세계적 지역축제이다.

빙등제가 열리는 자오린공원은 중국의 항일 영웅인 리자오린(李兆麟)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한 공원으로 안중근 의사가 사형대에 올라가며 조국이 독립될 때까지 자신의 시신을 묻어 달라고 유언했던 하얼빈공원의 현재이름이기도 하다. 쑹화강의 단단한 얼음을 이용하여 오후 4시 이후 얼음 조각 안의 오색등을 밝혀 신비하고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므로 빙등제라 불린다.

빙설제는 빙등제와 별도로 쑹화강 북쪽에 있는 타이양다오공원에서 열리며 이곳에서는 눈으로 만든 조각품을 전시한다. 영하 30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밤이면 대기 속의 수증기가 얼어붙어 이른바 '다이아몬드 더스트(細氷)-극히 미세한 수많은 얼음 결정이 지표면 가까운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현란한 조명으로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눈과 얼음으로 조각한 각종 건축물이나 예술모형품은 하얼빈시에서 전문회사에 용역을 주어 만드는데 해마다 주제를 정하여 설계한다. 그 규모는 실제 건축물과 거의 같다. 예를 들어 파리 에펠탑이라면 실제 크기와 거의 같게 만들며 얼음 속에는 철골로 뼈대를 만들고 조명을 내장한 후에 얼음으로 외곽에 벽돌처럼 입혀 만들어 저녁에는 환상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작년의 중심테마는 '한국'이었고 세계 각 국의 건축물을 본 뜬 눈 조각이 즐비한 하얼빈에서 대한민국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고 한다. 광화문, 경회루, 첨성대, 석굴암 등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형상화한 얼음 동상이 그 주역이었는데 3만명 정도의 한국인이 다녀갔다고 한다. 올해의 테마는 2008년이 베이징올림픽이 개최되는 해이니만큼 '올림픽'으로 정해졌다. 올림픽의 해를 맞이하여 승리의 여신과 베이징 올림픽 상징 엠블럼 등이 조형물로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과거에는 빙설축제가 3개월 정도 지속되었는데 최근 지구 온난화 때문에 갈수록 축제기간이 단축된다고 한다. 하얼빈의 빙설축제는 올해로 제24회를 맞으면서 일본의 '삿포로 눈꽃축제(유끼 마쯔리)', 캐나다의 '퀘백 윈터카니발-(Quebec Winter Carnival)'과 함께 세계 3대 겨울축제 중 하나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하얼빈시의 창조적 경영

하얼빈은 중국 최북단에 위치한 도시이며 러시아와 경계지점에 위치해있다. 하얼빈은 매우 추운 겨울의 가혹한 환경을 극복하기위해 발상의 전환을 시도하였다. 쑹화강이 1m이상 얼어붙어 양질의 얼음을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고 날씨가 추워 눈이 녹지 않는 자연을 이용하여 지역축제로 승화 하였다. 마치 찌는 듯한 무더위와 사막의 모래뿐인 두바이를 세계적 관광도시로 바꾸고 산지로 뒤덮힌 스위스의 작은 도시 다보스를 국제적인 회의 개최장소로 바꾼것과 같다. 해발 1575m높이의 산간지형인 스위스의 다보스가 열악한 자연환경을 약점으로만 받아들였다면 전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오늘날의 다보스 미팅은 없었을 것이다.

빙설축제로 세계적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하얼빈시는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추운 날씨를 활용하여 더욱 지역경제를 활성화 하기위해 노력한다. 70여개가 넘는 흑룡강성의 스키장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앞으로 많은 외국 스키인들을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하며, 여름에 시원한 날씨 에 적합한 골퍼들도 많이 끌어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에서 2시간정도인 하얼빈시는 이미 인천공항에서 직항로가 있음에도 금년에 추가로 2개 한국내 지방직항로를 개항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희재<한국지방자치단체국제화재단 상임이사>

[약력] ▲전주시 부시장 ▲행정자치부 자치경찰제 추진단장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