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불감증이라는 병에 걸린 우리사회
안전 불감증이라는 병에 걸린 우리사회
  • 이수경
  • 승인 2008.02.13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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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 황금연휴 마지막 날(2008년 2월 10일), 우리 앞에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재앙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했다.

48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국보 1호인 숭례문은 불에 전소되어 완전 붕괴되는 참담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작은 불씨가 큰 불로 변하여 숯덩이가 되어버린 숭례문을 속절없이 지켜보는 비참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조선시대 서울 도성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정문(正門)인 숭례문은 서울에 남아있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1395년(태조4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4년 후인 1398년(태조7년)에 완성하였다. 현 건물은 1447년(세종29년)에 고쳐 지은 것이며 1479년(성종10년)에 보수공사를 했다. 그리고 6.25동란 이후인 1960년대 초에 해체 보수공사를 거쳐 610년 동안 굳건히 견디어온 대한민국 서울의 정문이었다. 숭례문은 돌을 높이 쌓아 만든 석축가운데에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을 두고 그 위에 앞면 5칸 옆면 2칸의 크기로 지은 누각 형 2층 건물로 역사적으로는 대한민국 성문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었다.

숭례문(崇禮門)의 현판은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누르기위해 그리고 예(禮)를 높이는 문이라 하여 양녕대군이 다른 문의 현판과는 달리 세로로 쓴 큰 의미가 함축된 글씨이다. 이 숭례문 현판이 화마로 인하여 땅바닥에 떨어졌다.

숭례문은 일제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古蹟)제1호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이것이 문화재 보호법 재정이후 국보 체계로 이어지면서 1962년 12월 국보 1호로 지정을 받아 오늘에 이르게 된다. 한때 국보1호를 우리말인 훈민정음으로 바꾸어보자는 운동도 있었지만 숭례문은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도 국보1호 자리를 610년 동안 말없이 지켜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견뎌냈고 6.25의 민족비극을 지켜봐 왔던 우리역사의 증인인 숭례문이 이제는 영원히 사라지게 되니 심이 가슴이 쓰리다.

6.25동란 때는 반파되어 복원을 걱정도 했다고 하지만 다행히 복원 설계도가 있어 옛 모습대로 복원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국보1호가 설 명절 끝자락에 새까만 숯 덩어리로 불 타버린 모습을 보이다니 이래도 우리의 이름표가 오천년 문화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수치스러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우리는 꿈에도 잊지 못할 재앙을 수 없이 당하면서 살아왔다. 한 달 전에는 태안반도 기름 유출 피해사고를 당하여 온 국민이 하나 된 모습으로 너도 나도 마다하지 아니하고 현장에 달려가 피해주민을 아픈 가슴을 달래며 기름띠 제거를 위해 노력도 했다. 정이 많은 민족이라 남의 아픈 모습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 때문이다. 숭례문 불탄 현장 주변에 때 아닌 조문객들이 조문을 하기위해 몰려든다고 하니 정에 살고 정에 죽는 우리민족성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엄청난 사고들의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사회에 만연된 안전 불감증에서 연유된 것이다. 안전에 관한 것들을 특별하게, 소중하게, 치밀하게 취급해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 체질로 되어있어야 하는 것이 선진국가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우리는 몸과 마음에 배어있지 않으니 아직도 후진국의 의식이라고 말해야 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도 근자에 와서는 나 몰라라 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어 내 책임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는 작금(昨今)이 되어 버렸다. 실로 서글프기 짝이 없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역사 중 바다의 보물창고가 망가진 대표적인 사고가 태안반도 기름 유출 피해라고 한다면,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불타버린 사건은 우리의 정신적 문화적 가치가 몽땅 불타버린 수치스러운 초유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일본의 강점기에도 한국동란에도 지켜졌던 대한민국의 국보1호가 어느 누구의 정신 빠진 자의 잘못된 소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적 차원에서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전장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다고 하니 이 또한 한심한 작태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국보 1호를 어쩌면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한 것인지? 지켜야 하는 사람도 지킬 사람도 모두가 허술하기 그지없다고 한다. 그리고 화재 진압방법도 소극적으로 했다고 하니 기가 찬 노릇이라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가슴이 미어지는 문화적 고통이다. 2005년 낙산사가 산불로 소실되었을 때도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있어서 안 된다고 대비책을 강구했을 텐데, 그 대비책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모두가 안전 불감증에 걸린 우리사회의 탓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도 야속한 생각이 든다.

이제는 불이 나도 불을 끄지 못하는 나라가 아닌 무엇이 수치스러움인지를 아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해본다.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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