三代의 경제학원론과 대통령직
三代의 경제학원론과 대통령직
  • 김진
  • 승인 2008.02.1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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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둥이의 나이가 환갑을 넘겼다. 해방둥이를 낳았던 무모님들 역시 거의가 여든을 넘기셨을 것이고, 당연히 해방둥이의 자녀들은 삼·사십대가 되어 사회적으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을 시기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도 삼대한의원, 삼대젓갈, 삼대냉면, 삼대족발 등 60년 이상 가업을 잇고 있는 업소들이 많이 생겨났다.

학계에도 마찬가지다. 해방이후 교육과정에서 배움을 주고받은 스승과 제자들도 三代, 四代의 맥을 이으며 학문의 발전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낙양의 지가(紙價)

중국의 고사성어에 보면 ‘낙양의 지가를 올린다.’는 말이 있다. 중국 진 나라 때 좌사라고 하는 시인이 당시의 三國인 위, 오, 촉, 세 나라의 서울을 노래한 <삼도부>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책을 만들 종이가 부족해지면서 낙양의 종이 값이 크게 오른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1974년에 펴낸 조순 前총리의 <경제학원론>이 그랬다. 1980년대 국내대학의 경제학과, 경영학과에서 그의 책을 교재로 채택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 책도 변화가 필요했다. 많은 한자와 긴 문장, 지나치게 어려운 부분들에 대한 손질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역할을 대신해준 사람이 바로 조순의 제자인 정운찬 前서울대총장이다. 책이 출간된 지 반세대만인 1990년의 일이다. 책은 두 사람의 공저가 되었고, 여전히 많은 대학의 교재로 사용되었다. 스승과 제자가 2代를 이은 것이다. 그로부터 다시 반세대가 흘러 2003년에 이르자 세상의 변화속도가 빨라졌다. 교재의 많은 자료들은 수정되어야 했고, 그 역할은 정 총장의 제자인 전성인 홍익대교수가 맡게 되었다.
3代를 거치면서 7판에 이른 책은 대한민국 경제학계의 큰 획을 그었으며, 앞으로도 4代, 5代로 이어지며 발전하리라 믿어진다.

이처럼 3代에 거쳐 3명의 저자가 쓴 <경제학원론>을 보면 우리가 경제학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경제지식이 없이는 현대사회를 능률적으로 살 수 없기 때문에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라고 했고. 둘째는 현대국가의 모든 정치·외교문제는 경제와 관련이 있고, 민생문제는 거의가 경제문제이기 때문에 <사회지도자의 소양을 쌓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경제학이란 선택 및 효율에 관한 학문이기 때문에 의사결정과정에서 경제학의 지식은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

열흘 후면 취임할 이명박 대통령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명예박사와 몽골대학교와 목포대학교에서 경제학 명예박사를 학위를 받았다. 그렇다면 앞서 설명한 경제학을 배워야하는 이유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는 증명할 수 없지만 새 대통령은 성공적인 기업가와 정치인의 길을 걸어왔다. 필자는 당선자가 기업가로써, 정치인으로써 지금까지의 성공처럼 대통령직도 성공적으로 수행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가지 우려를 전하고 싶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프린스턴대학교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라는 칼럼을 통해 기업 경영과 국가 경영은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당선자는 이를 깊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영학의 이론에도 있듯이 지금까지의 성공요인이 미래에는 성공저해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 지나치게 과거의 성공사례와 자신의 판단을 믿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 이는 지방정부를 이끌고 있는 여러 민선수장들에게도 같은 교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진<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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