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어민 수준 영어구사 가능할까
원어민 수준 영어구사 가능할까
  • 한성천
  • 승인 2008.02.0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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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천<문화교육부장 >
영어몰입교육을 전격 도입할 경우 국내 청소년들의 영어구사능력이 미국, 캐나다 등 영어권 원어민의 수준이 될까? 글쎄다. 언어학자들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언어구조상 ‘한글’을 사용하고 있는 우리는 어순과 발음구조가 다른 영어를 병행할 경우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만족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영어에 대한 고민은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고등교육을 마친 대학생들조차 외국인을 만나면 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영어는 우리에게 풀기 힘든 숙제인 셈이다.

최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온 나라가 ‘영어교육’이란 광풍(狂風)에 휩쓸리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가 새롭게 내놓은 ‘영어몰입교육’, ‘영어전용교사 자격제’. 이 때문에 학교와 교사, 학부모와 학생 모두 걱정이다. 반면 학원가는 영어특수(?)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분명 ‘영어교육의 실용화’를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우리는 중·고·대학교 중등·고등교육 등 10년 이상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유치원·초등학교 까지 포함하면 영어교육을 받는 기간이 최소 15년 이상 된다. 투자한 시간과 경제력을 생각하면 영어로의 대화는 전혀 문제없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리네 영어구사 능력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읽기와 해석, 문법 중심의 교육방식에 그 원인이 있다. 또 학부모와 기성세대의 눈높이에도 잘못이 있다. 그런 이유로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한국 학부모 교육열 앞에선 ‘백약이 무효’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인수위의 영어몰입교육 정책이 흘러나오자 우리 학부모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조기유학을 고민하고 있다. 또 유치원생을 둔 학부모는 영어 원어민이 있는 유치원 입학을 위해 시장조사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바람은 내 자녀가 원어민과 같이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부모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 사회적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게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결국,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조기유학에 따른 국부유출을 없애기 위해 영어몰입식 교육을 추진하겠다는 새정부의 발표가 오히려 조기유학에 대한 관심을 폭증시키는 등 현재로서는 역효과가 더 큰 양상이다.

더욱이 정부가 한국적 교육열을 감안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한 조기유학 열풍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인수위는 귀 기울여야 한다.

전주시내 한 유학원 관계자는 “언어구조학적으로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지 않은 이상 원어민 수준의 발음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수준에 만족할 줄 알아야 영어교육이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 국가 중 언어부문에 있어 표본이 되는 나라가 네덜란드다. 국토의 3분의 1일 바다보다 낮은 불안한 지리적 특성을 극복하고 유럽 강대국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몇 개 언어를 공교육 틀에서 실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네덜란드 국민 대부분은 화란어를 비롯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그 결과 오늘날 네덜란드는 언어국가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리가 배워야 할 대상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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