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자율화와 공교육의 부실화
대학입시 자율화와 공교육의 부실화
  • 한기택
  • 승인 2008.01.2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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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2일 발표한 대입 자율화 방안에 따라 정부가 주도해 온 대학입시 정책이 대학으로 넘어가는 큰 변화를 맞게 됐다.

새 대학입시 제도 개혁안에 대해 찬성과 우려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올해 고3이 되는 수험생들이 치르는 2009학년도 대학입학능력시험(수능)에서 수능성적표에 영역별 등급 표시 이외에 표준점수와 백분위가 표시되고 대학별로 수능과 내신 반영비율을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이처럼 대학에 자율권을 주는 것은 좋지만 이를 남용하여 전형방법을 수능(2.5), 내신(0), 논술(7), 면접(0.5) 등과 같이 무제한적으로 열어 놓은 것은 문제가 있다. 가상의 경우이지만 이러한 현실이 나올 경우에 고교 교육은 전형요강에 따라 크게 흔들릴 수도 있으며, 공교육이 무력화 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올해 중3이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12학년도 대입에서는 수능 과목을 현재 7~8개의 과목을 5개로 축소하고, 올해 중2가 되는 학생들이 치르는 2013학년도 대입부터는 수능 과목을 4과목으로 더 축소한다. 수능과목이 4과목으로 줄어들어 학생들에게 입시지옥을 해소해 준다는 취지는 좋으나 각 학교에서는 수능 4과목과 영어과목을 중시하는 수업이 이루어 질 수 있으며, 이 과목에 대한 사교육은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고3 교실의 공교육 부실화는 불 보듯이 뻔하며, 이외의 교과 수업은 소외되기 쉽다.

또한 학생들의 수능시험과목을 줄여준다는 미명아래 영어 과목을 수능에서 분리하고, 토플처럼 응시해 점수를 확보할 수 있는 국가능력평가시험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영어과목이 수능과목에서 빠져 나왔을 뿐이지 시험과목이 줄어 든 것은 아니다. 또한 토익형 영어시험으로 영어시험의 수준이 높아져 학생들에게는 옥상옥(屋上屋)이 되었으며, 학교 영어교육의 개편으로 교사들의 업무증가와 영어 사교육의 수요를 증폭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2013학년도 이후에는 대학 입시가 대학으로 완전히 이관된다. 대학입시를 대교협에 이관하여 대학의 자율성을 신장시켜주는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하지만 대교협이 과연 대입 업무를 관리할만한 능력이 있으며, 국?공립대와 사립대, 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 등이 지역?규모?형태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대교협이 대학들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학입시를 합리적으로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있어온 입시부정으로 대학입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이 큰데 짧은 시간 내에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끝으로 2009학년도 대입 수능에서 수능성적표에 영역별 등급 표시 이외에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표시한다. 하지만 현행 고등교육법시행령은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1년 반전에 공포하도록 되어 있어서 아쉬움이 들며, 지금까지 대입에 있어서는 3년 예고제를 실시해 왔다는 것을 첨언해 본다.

대학입시 자율화가 공교육을 부실화하거나 사교육비의 증가를 초래하게 한다면 성공한 제도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교육을 경제 논리나 정치 논리로 전개되어서는 안되며 교육 논리로 추진되어야 하며, 교육 정책은 개혁이 아니라 변화이어야 한다.

이 대통령 당선인은 “대학에 자율을 주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은 “대학에 자율을 주면 공교육이 무너지고 사교육비가 급증한다”고 말하고 있어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대학입시제도 개선, 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 줄이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나 사교육비가 계속 증가하는 가운데 미완의 연속극으로 이어오고 있으며, 오늘의 연속극 주제로 다시 부상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은 국가와 개인 발전의 근간이고 중요한 일이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장관이 바뀔 때마다 춤추는 교육정책을 지양하고 비 정부기구로 ‘대한민국 1000년 교육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차분하고 변함 없는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기를 바란다.

한기택<코리아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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