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장사·농사꾼·대학강사, ‘1인3역’ 송호진 전 시의원
두부장사·농사꾼·대학강사, ‘1인3역’ 송호진 전 시의원
  • 김한진
  • 승인 2008.01.2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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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선거에서 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막상 떨어지고 나서는 고민을 많이 했죠. 하지만 이제는 보람을 느낍니다.”

유능하고 깐깐한 시의원에서 어느날 갑자기 두부장사로 변신한 송호진(54) 전 시의원은 요즘 몸은 힘들지만 보람있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시의회에 입성해 4년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했던 의원 가운데 하나로 꼽혔던 송씨는 지난 2006년 제5대 시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게 된다. 다들 재선을 낙관하던 터였기 때문에 송씨의 낙선은 지역 정치권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으며, 선거제도(중선거구제) 변화의 최대 피해자로 꼽혔다.

낙선 후 한동안 일을 찾아 헤매던 그는 2007년 초 아내의 권유에 따라 농사일을 시작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원예학을 전공했던 데다 평소 농사짓기를 희망했던 터라 삼기와 낭산에 땅을 빌려 회양목, 소나무 등 묘목을 심었다.

두부장사로의 변신은 지난해 5월부터 이뤄졌다. 서해대 겸임교수로 출강하고 있는 아내가 군산에서 두부사업을 하고 있는 제자의 권유를 받아 송씨에게 두부사업을 제안한 것.

원래 식구들이 두부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만들어보자는 소박한 마음으로 아무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겼다.

고객들의 아침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벽 2시30분에 일어나 3시부터 두부를 만들었다. 다 만들고 나면 다시 잠깐 눈을 붙인 뒤 아침 7시가 되면 밭에 나가 잡초를 제거하고 묘목을 돌봤다. 또 일하는 틈틈이 원광대 행정학과에서 강의를 하는 등 1인3역을 해야 했다.

부족한 잠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사무실 의자 등에서 조각잠으로 충당했다.

100% 국산콩을 사용하는 송씨의 즉석두부는 ‘고소하고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들이 많이 생겼다. 특히 옛맛을 찾는 중년층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고 있다. 어쩌다 만들어 놓은 두부가 다 팔려 초저녁에 문이라도 닫는 날이면 늦게 찾았던 단골들에게 지청구를 듣기도 한다.

몸은 힘들지만 ‘두부 맛있다’고 말해주는 고객들이 있어 송씨는 감히 두부장사를 접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는 특히 박사과정 마무리를 위해 논문도 써야 하고 내년부터 출하가 시작되는 묘목관리에도 부쩍 손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송씨는 ‘맛있는’ 두부 만들기를 계속하겠다는 각오다.

익산=김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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