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가정의 이해는 세계화의 첫걸음
다문화 가정의 이해는 세계화의 첫걸음
  • 박규선
  • 승인 2008.01.2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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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08년 1월이 기울고 있다. 벅찬 기대와 환희로 맞았던 무자년 새해도 이제는 익숙해졌음인지, 언제나 그랬듯이 평범하게 달력을 넘겨도 될 만큼 덤덤해졌다. 익숙함이란 이렇듯 평범해지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우리가 늘 누리는 것들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불편함도 못 느끼고 또 두렵지도 않다. 그냥 달력을 넘기듯 무심코 지나치는 것이다.

연말연시를 보내면서 조금은 새로운 감회에 젖는 것은 삶을 뭔가 가치 있게 살고자 하는 욕구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자신을 돌아보아 잘 못된 것은 고치고 또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주변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마음을 주고, 적은 것이라도 나누려는 마음도 그때가 가장 뜨겁다. 그게 확산돼서 우리 사회가 자정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연말연시, 아니 학년말 학년초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국제결혼가정의 여성들이다. 새해를 맞아 모두 환희에 젖어 있을 때 그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낯선 땅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 하는 현실의 고통 이면에 자신의 고향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혈육에 대한 간절함으로 그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서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이 문제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우리 사회의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그뿐 아니라 지자체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그들을 껴안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아직은 한글 해독 정도에 머물고 있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예를 들면 그 여성뿐만 아니라, 시댁이나 남편 등에 대한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더 확대해서 그 마을 구성원들에 대한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국제결혼 가정의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이다. 각 나라들은 독특한 자국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 여성들 역시 20년 이상 그 문화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그들 자체가 작은 문화의 실체인 것이다. 그들이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말을 배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역시 그들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이해도 하고 또 배려도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매우 폐쇄적이었다. 단일민족이라는 믿음으로 타국민을 경계해 왔고, 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 대한 차별의식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그런 상황에서 글로벌 마인드를 이야기하고, 세계를 향해 나가자고 한다면 그 자체가 아이러니다. 국제결혼가정의 출현은 우리 농촌이 받아들여야할 엄연한 현실이다. 그러나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가 다문화로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원어민을 만나야 빠르다. 그 언어의 이면에 있는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가까이에 다른 문화와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그러니 그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일방적인 교육만 시키기보다는 우리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그게 그들의 정착을 돕는 일이기도 하고, 생활 속에 글로벌 마인드를 기르는 일이다.

세계로 나가는 길은 높은 목소리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이 제품을 팔기 위해 각 나라의 문화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생산과 마케팅을 해나가듯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와 있는 국제결혼가정 여성들은 한국의 이미지를 높여줄 수 있는 외교사절의 역할도 하고 있다.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고 이해할 때 그들이 모국의 가족 친지들에게 우리나라의 문화와 제품의 우수성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만 우리 것을 배우게 하기보다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교육들이 이뤄져야 한다. 굳이 장기간 교육과정을 짜서 접근하지 않더라도, 부인의 모국이자 며느리의 모국, 그리고 내 이웃의 모국을 아는 것은 그들을 따뜻하게 보듬고자 하는 출발이기도 하다. 낯선 그들만큼이나 우리도 사실 그들에게 낯설지 않은가?

말로만 세계로 나가자고 떠들기보다 그들 곁으로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먼저 하자. 남편을 위한 교재도 만들고, 주민들을 위한 매뉴얼도 만들어 배포하자. 그것이 우리가 세계로 나가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박규선<도교육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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