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소설이 흐르는 그 곳으로
단순한 독서에서 벗어나 작가와 교감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문학관은 한 시대의 정신과 역사의 모습을 담고 있는 또 다른 그릇이다.
도내에도 작가들의 작품과 그 문학적 정신을 기리며 세운 문학관들이 있다.
도내에는 최명희 문학관(전주)과 혼불문학관(남원), 채만식 문학관(군산), 미당시문학관(고창), 아리랑문학관(김제) 등 5곳이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말에는 작가들의 일대기와 작품세계를 망라해 놓은 문학관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하나의 작품을 세상에 내놓기 까지 원고지와 만년필 한자루로 온 날들을 싸워온 작가의 치열한 정신이 그 안에 가득하다.
혼불의 작가 최명희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최명희 문학관은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본원적 고향을 이야기했던 작가의 또 다른 보금자리다.
전주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발견할 수 있는 최명희 문학관은 오가며 잠시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최명희가 일일이 새겨 쓴 원고지가 수북히 쌓여 있고 그 안에 잠시 머무르며 최명희 작가의 삶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작가와 교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고창 미당시 문학관은 폐교를 다시 단장한 곳.
옛 학교의 모습과 새롭게 지은 전시동이 어우러져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내는 이 곳에서는 미당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미당이 사용했던 물건들이 그의 손때를 가득 머금고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되어 있는 유품들과 그의 작품들은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군산의 또 다른 항구라 할 수 있는 ‘채만식 문학관’에서는 소설 ‘탁류’를 통해 한 시대를 풍자했던 채만식의 혼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일제시대 군산의 모습을 필력으로 기록해 나갔던 작가와 조우한다.
한편 이 지역 작가는 아니지만 작품의 배경지였던 김제 만경땅에 그 터를 잡은 아리랑 문학관은 작가보다는 작품에 대한 조명을 통해 지난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곳. 타 문학관과 달리 대하소설 ‘아리랑’의 조정래 작가는 현존하는 유일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제 문학관은 단순히 유품전시와 작가의 작품만을 간직하고 있는 정적인 공간이 아니다.
무형, 유형의 체험의 공간이자 한 인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역사의 공간 그리고 시대와 시대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아이들에게는 좋은 학습의 공간이기도 하다.
문학관을 방문하기 전에 작가의 작품들을 미리 읽어보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
현장에서 작가와 작품, 그리고 역사를 한 곳에서 배울 수 있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문학관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바로 내면에 ‘자아(自我)’일 것이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을 통한 깊은 사색과 상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내 모습을 다시금 돌아 볼 수 있게 하는 좋은 휴식처이자 결실의 공간이다.
김효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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