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갖자
49. 자신만의 글쓰기 스타일을 갖자
  • 송영석
  • 승인 2008.01.24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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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룡<장학사>
‘폼생 폼사’란 말이 있다. 폼에 살고 폼에 죽는다는 말이다. 그러나 더 자세히 본질을 파악해 보면 ‘폼으로 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스타일보다 그 속에 담겨진 알맹이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삶에 영향을 더 미치는 것은 스타일이다. 사람의 평가가 그렇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떠벌이’로 인식되어지는 사람은 그 사람이 진지해지면 오히려 이상해진다. 요즘처럼 다원화된 사회에서는 더욱 사람의 스타일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첫인상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다른 사람의 ‘속속들이’를 다 안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하다고 본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누가 어떤 사람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참으로 난감했다. 무어라고 말해주어야 하나? 결국 ‘보이는 대로 생각하십시오.’라고 대답해 주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스타일이 글의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논술 쓰기의 경우는 다른 문학적인 장르에 비해 더욱 스타일이 중요하다. 소설이나 시가 가지는 실험정신을 논술에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논술은 경쟁적인 글쓰기다. 그래서 압축이 생명이다. 논술은 주어진 시간과 지면을 써야한다. 경제적인 글쓰기를 해야 한다. 중언부언은 금물이다. 너무 깊은 사려도 사실 조심해야한다. 한 가닥의 가는 줄과 같은 깊은 사고는 전체적인 흐름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래서 요점과 핵심을 사용해 군더더기를 최대한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물론 그 내용이 심오하고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는 수준 높은 논술문에는 엄청나게 큰 감동이 있다. 알맹이가 꽉 찬 탐스런 열매를 보는 듯하다. 스타일은 좀 떨어져도 구체적인 알맹이가 있는 글을 더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유형의 글은 이미 문학적으로나 철학, 종교 또는 인생 경험이 남달라서 형식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한 설득력으로 독자에게 감동을 준다. 스타일도 좋고 내용도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하나가 좋으면 하나가 부실한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다.

어려운 수학문제를 척척 잘 푸는 한 학생을 본적이 있다. 비결이 무어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말했다. ‘나만의 방법이 있어요.’라면서 아무리 복잡한 문제라 할지라도 가장 작은 숫자로 바꾸어 놓으면 쉬운 문제로 변해 버린다는 것이었다. 맞은 말이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 만의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논술을 잘하는 사람도 그 만의 방법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논술뿐이겠는가? 세상살이가 다 그런 것 같다. 필자는 논술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만의 논술 스타일을 가지라고 권면하고 싶다.

자신만의 논술 스타일을 갖는 것은 다부진 몸을 만드는 운동선수의 노력과 같은 것이다. 몸이 안 만들어진 채 링에 올라온 권투선수가 있다하자.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관중들은 그 선수의 패배를 예감할 것이다. 논술대회에 감독관으로 가서 제일 먼저 등외 처리하는 것이 스타일이 갖춰지지 않은 논술문을 골라내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글쓰기에서 ‘형식이냐? 내용이냐?’를 논쟁하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강조되어야 할 것은 단어 하나하나에 쏟는 심사숙고다. 문장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이다. 유연한 흐름을 고려하는 문단 구성이다. 핵심을 찌르는 본질 추구다. 감성과 이성이 전체의 글속에 흐르는 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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