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빼닮은 조합장 선거
정치판 빼닮은 조합장 선거
  • 이보원
  • 승인 2008.01.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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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원<경제부장>
연초부터 진행되고 있는 지역조합장 선거가 쌍생아처럼 정치판을 쏙 빼닮아가고 있다. 조합의 주인인 조합원 농민들을 받들어 모셔야할 직무를 수행할 조합장을 뽑는 선거마저 지연과 학연등 연고주의 투표성향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의 능력과 도덕성등 자질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 싶다. 최근 끝난 지역조합장 선거 투표결과를 보면 소위 ‘묻지마’식 투표 성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8일 치러진 김제 금만농협의 조합장 선거도 사실상 지역연고주의 투표성향이 뚜렷했다. 금만농협은 성덕과 청하,만경등 3개 조합이 통폐합된 합병조합이다. 현조합장을 누르고 당선된 오인석당선자는 성덕, 현직의 프리미엄을 살리지 못하고 낙선한 최승운후보는 만경 출신이다. 성덕에서 시의원등을 역임한 오당선자는 고향에서 638표중 72.9%인 465표를 싹쓸이 해갔다. 반대로 만경출신인 현조합장 최승운후보는 고향인 만경의 유효투표수 821표중 61%인 502표를 몰아갔다.
 
이번선거는 19표의 근소한 차이로 당락의 희비가 교차했다. 그 다음날 실시된 함열농협 조합장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함열농협 역시, 함열과 용안, 용동등 3개 읍면 농협이 통폐합해 탄생한 합병조합이다. 함열조합장 선거에는 무려 10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곳 역시 현조합장이 도전자에게 고배를 마셨다. 선관위가 지역화합차원에서 지역별로 개표를 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곳 역시 투표성향이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두지역 외에도 연말까지 12곳의 조합에서 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하지만 지연, 학연등에 얽힌 연고주의 투표성향이 갈수록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다. 크고 작은 역대 선거에서도 지역주의 선거풍토는 선거의 당락을 가르는 상수(常數)나 다름없었다. 지역세와 유권자수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우리지역은 그런 선거결과를 지켜보면서 늘 자괴감에 땅을 쳤다.

농협중앙회이사로 활동하는 지역농협 조합장들은 회의나 행사 참석차 중앙회에 올라가면 어디가서 차한잔 마실곳이 없다며 한탄한다. 그만큼 전북인맥을 중앙회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더구나 최근의 농협중앙회 선거결과로 인해 전북인맥은 더욱 설자리가 좁아질 것 같다고 걱정한다.조합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전에 읍면단위별로 한개씩 존재하던 지역농협들이 몇개 읍면씩 권역별로 묶어 통폐한 합병조합들이 탄생하면서 조합장들의 위상과 권한은 막강해졌다.

더구나 WTO체제 출범과 FTA협력체결 확대등으로 농산물 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농가와 농촌들이 변화의 중대 기로에 직면해 지역농협의 역할은 증대될 수 밖에 없다.실제로 농산물 가격하락과 판로난이 겹치는 어려운 위기 상황에서도 브랜드개발과 유통 확대를 통해 개방파고를 넘는 선도조합들이 적지 않다.
 
조합장의 경영마인드와 농민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열정이 부족한 지역농협은 그 고통이 고스란히 농민 조합원 몫으로 돌아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잘못된 선택은 결국 부메랑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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