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보조금과 기회비용
농가보조금과 기회비용
  • 김진
  • 승인 2008.01.16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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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프로스트의 詩 <가지 않은 길> 서두이다. 아마 이 詩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흔히들 삶의 여정을 '길'에 비유하곤 한다. 사람들은 길이 갈라지면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 망설이지만 한사람의 발로 두 길을 함께 갈수는 없다. 그래서 선택이 필요하지만, 자신의 선택에 늘 만족할 수는 없다.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는 스스로가 선택한 길에서 만족을 얻지 못할 때,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해서 더 짙은 아쉬움과 호기심을 갖게 된다고 한다.

누군들 가보지 못한 삶에 대해서 미련이 없겠는가마는, 한 번의 오류도 없이 온전히 내 몫의 삶을 다 챙기고 살아 온 삶 또한 많지는 않을 듯싶다.

얻음으로써 잃어야 하는 것들

선택에 대해 관점을 바꿔 경제학적으로 살펴보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선택되지 않은 다른 것들의 포기를 의미한다.

경제학용어로 보면 하나의 선택을 위해 포기한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가치가 큰 것을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인어공주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인어공주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서 사람의 다리가 필요했기에 마녀를 찾아갔으나, 마녀는 목소리를 요구한다. 인어공주는 두 다리를 얻기 위해 목소리를 내어준다. 이때 선택한 두 다리에 대한 기회비용은 목소리가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농가의 부채규모는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수많은 보조금정책의 실패로 인해 소득증가 보다 부채증가의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보면“농민은 정부에 대안과 희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해왔지 돈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늘 정부의 대안은 돈을 주는 것 뿐 이었다.”고 지적되어 있다.

정부가 농업 지원책을 농업경쟁력 강화보다는 지원성사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일 것이다.

지원성사업에 투입된 예산에 대한 기회비용을 잘 계산하여, 경쟁력강화에 투입했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천문학적인 농가부채는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자체 농가보조금정책 신중

기회비용에 대해서는 개인과 기업만이 아니라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오히려 더 많이 고민해야 하지 않나 싶다. 그 이유는 편익과 비용의 괴리 때문이다. 즉 시장에서 개인과 기업이 판단을 잘못한다면 그 손실은 자신들의 몫이지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다면 그 손실은 단체장이나 정책집행자들이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주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나 농가보조금정책은 지금까지의 사례만 보더라도 배분의 왜곡과 누수, 경영능력 부족 등의 요인으로 인해 농가부채 증가의 직접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정부의 보조금정책을 부정적으로 이해하는 학자는 `보조금은 정부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걷어 소수의 사람에게 몰아주는 것이며, 관료들은 이 돈을 최대한 불공평하게 나누어줌으로써 자신들의 권위를 나타내려 한다.’고 헐뜯기도 한다.

지자제 이후 많은 선량들이 효율적인 정책을 위해 힘쓰고 있다지만, 정책의 혜택이 많은 사람에게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농가보조금의 경우 집행과정에서 누수비용과 함께 투명하지 못한 집행으로 인해 ‘불신’이라는 추가비용까지 발생 시켜온 사례가 적지 않다.

내 돈으로 내가 쓰는 것은 제 알아서 할 일이지만, 지역민들의 예산을 집행하는 결정권자는 늘 합리적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김진<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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