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의 준 점유자 권리 한계
채권의 준 점유자 권리 한계
  • 이보원
  • 승인 2008.0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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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 변호사>
Q=A는 B은행에 A명의의 저축예금계좌를 개설함에 있어서 인감 및 비밀번호를 신고하였고, 그 후 그 예금계좌를 이용한 예금거래를 계속한 결과 잔고가 64,299,179원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C가 A의 집에 침입하여 위 예금통장 및 인장을 절취한 다음, 통장의 비밀번호까지 알아낸 후 다음 날 12:49경 B은행 a지점에서 현금 2,500만원을 인출하였고(이하 ‘제1예금인출’이라 한다), 이어서 b지점에서 현금 2,000만 원을 인출하였으며(이하 ‘제2예금인출’이라 한다), 다시 같은 날 14:19경 c지점에서 현금 1,900만 원을 인출하였다(이하 ‘제3예금인출’이라 한다). 사후에 이 사실을 안 A는 B를 상대로 64,299,179원의 예금을 반환하라고 청구하였는바, 그 주장은 타당한가.

A=B가 아무런 권한 없는 C에게 예금을 이미 지급한 경우 B의 A에 대한 예금반환의무가 소멸하는가가 문제이다. 원칙적으로 C는 A의 예금에 대해 아무런 권한이 없으므로 B가 C에게 예금을 지급한 것은 A에게 아무런 효력이 없으나 B의 입장에서는 통장과 인장을 가지고 있고 비밀번호까지 정확하게 제시한 C가 정당한 권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을 거라는 점에서 B를 보호해야할 필요도 있어 문제가 된다. 그래서 민법 제470조에서는 채권자의 준점유자에 대한 변제는 변제자가 선의이며 과실 없는 때에 한하여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여 변제자를 보호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는 C는 통장과 인장을 소지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채권을 사실상 행사하는 자, 즉 채권의 준점유자에 해당하며 다만 ,B가 선의, 무과실이었느냐가 문제된다. 제1예금인출에서는 선의·무과실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만 2예금인출, 제3인출이 제1예금인출시부터 약 1~2시간 내에, 그것도 별다른 이유 없이 지점을 달리하여 이루어진 점, 제1예금인출이 있은 후 단시간 내에 거래지점을 바꿔가면서 2,000만 원 및 1,900만 원의 제2 및 제3의 예금인출이 차례로 행하여짐에 따라 하루 사이에 그 잔액이 299,000원밖에 남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제2, 3인출에 대해서도 과연 B은행의 선의·무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대법원은 청구자에게 정당한 변제수령권한이 없을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질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은행 직원은 단순히 인감대조 및 비밀번호의 확인 등의 통상적인 조사를 할 주의의무만을 부담한다고 전제한 후 위 사례에서는 그러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B은행에서 인감대조 및 비밀번호를 확인하고 예금을 지급한 것은 채권의 준점유자에 대한 선의·무과실의 변제로서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7.10.25. 선고 2006다44791 판결) 따라서 A의 B에 대한 예금채권은 B의 C에 대한 지급으로 모두 소멸하므로 A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적으로 A는 B에게는 어떠한 청구도 할 수 없으며, 다만 C에 대해서 부당이득반환청구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만 가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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