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혁명을 다시 생각해 본다
68혁명을 다시 생각해 본다
  • 김윤태
  • 승인 2008.01.10 15: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는 1968년 학생운동이 4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학생들의 시위는 전 세계에 확산되어 모든 국가의 정치와 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다. 프라하에서 파리까지, 런던에서 도쿄까지, 샌프란시스코에서 베이징까지 기성 질서에 저항하는 학생운동이 번져갔다. 학생들의 시위에는 유대인, 아랍인, 흑인 등 외국인들이 참여했고 노동자들도 참여했다.

1968년 학생운동은 ‘세계를 뒤흔든 혁명’이라고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 자본주의 경제와 정치 시스템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자주관리가 시작되고, 노동자들의 경영참여가 허용되었다. 학교, 공장, 언론, 정치에서 권위주의적, 수직적 소통 방식이 무너지고 민주적, 수평적 대화를 통한 새로운 소통 방식이 이루어졌다. 프랑스에서 성년의 나이는 18세로 낮아지고, 간통죄가 폐지되고, 여성의 낙태가 폐지되었다. 조스팽 사회당 정부가 들어서면서 근로자의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 주 35시간 노동제가 실행되었다.

새로운 68세대는 비폭력 운동에 관심을 갖고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새로운 운동을 추구했다. 톨스토이, 마하트마 간디, 마르틴 루서 킹 목사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들은 기성 정당이나 노동조합과는 전혀 다른 사회운동을 모색했다. 위계질서를 갖춘 조직보다 '직접행동'을 강조하고, 이색시위로 언론의 각광을 받았다. 핵실험과 고래잡이를 반대하기 위해 포경선을 에워싼 그린피스의 해상시위는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68 혁명 이후 삶에 대한 가치와 태도가 변화되어 개인의 가치, 정체성, 생태적 환경, 삶의 질을 강조하는 '탈물질주의적 가치'가 확산되었다. 그러면서 남녀 관계를 새로 정립하려는 여성운동,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로 규정하려는 환경운동, 정치적 이유로 박해를 받는 양심수의 권리를 지키려는 인권운동, 제3세계의 빈곤과 저개발을 해결하려는 운동 등이 등장하였다. 그린피스(Greenpeace), 앰네스티 인터내셔널(국제사면위), 옥스팜(Oxfam)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신사회운동을 주도했다.

68혁명에 앞장섰던 '68세대' 중에는 정치 지도자가 된 인물도 많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과 힐라리 클린턴 상원의원,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와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독일의 슈뢰더 총리와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이 그렇다. 특히 독일의 녹색당은 68세대의 대표적 작품이다. 낭테르 대학의 학생으로 68혁명의 주역이었던 다니엘 콩 방디는 독일로 건너가 녹색당을 창당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68혁명의 출발지였던 프랑스에서는 젊은 지식인들과 저널리스트들이 새로운 일간지 <리베라시옹>을 창간했다. 의사 베르나르 쿠슈너는 중남미의 게릴라 투쟁에 의료진을 파견하여 좌파 운동을 지원했다. 그 후 '국경없는 의사회'를 창설했고, 1978년 베트남 보트피플을 구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층을 위해 모든 인간이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글로벌 보건 기본권'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40년이 지난 지금 68 혁명에 대한 논쟁이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자’고 주장하며 ‘68년 정신’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였다. 2007년 4월 대통령선거 2차 투표에서 그는 우파정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당원들 앞에서 ‘절대 일하지 말라’는 68정신을 공격했다. 이에 68혁명의 주역이 다니엘 콩방디 유럽의회 의원은 <라 리베라시옹>에 기고한 글에서 사르코지의 연설을 반박하고 68혁명의 가치를 옹호하며 나섰다.

2007년 12월 대통령선거 이후 한국에서도 80년대 민주화 세대가 주도하던 정부가 물러나고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신보수정부가 등장하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고려대학교 학생 시절 반정부 시위로 소요죄를 구속되기도 했던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그 후 기업에 뛰어들어 대기업 회장과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경제적 효율성과 수월성을 강조하는 새로운 정치철학을 제시한다.

이제 한국에서도 80년대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세대들의 앞날에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신보수정부가 강조하는 시장과 경쟁의 가치에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역사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구상하는 새로운 문화의 토양을 일군 ‘68혁명’을 다시 되돌아보아야 한다.

김윤태<'한국의 전망' 편집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