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한 수 더 높은 논술쓰기
47.한 수 더 높은 논술쓰기
  • 송영석
  • 승인 2008.01.10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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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룡<장학사>
‘블루 오션’이란 말이 있다. ‘경쟁 없는 시장 창출’이란 의미가 담긴 말이다. 경쟁자와 피 튀기는 싸움을 하는 것을 ‘레드 오션(Red Ocean)’이라 한다면 그 반대 개념으로 ‘블루 오션(Blue Ocean)’을 기업에서 사용하면서 쓰인 단어다. 이러한 블루 오션은 한수 위에 머무르는 개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제3의 길이다. 신시장이며 독보적 가치다. 논술을 하면서 이러한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독보적이라는 것은 남들과 구별되는 창의성과 독창성이 있다는 뜻이다. 창의적이며 독창적인 것은 굴레나 속박에 메이지 않는다. 자유에 대한 갈망이다. 이것은 이분법의 사고 구조에 빠지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 이분법은 생각이라는 고기를 잡는 그물에 불과하다. 생각을 정리하고 발전시키기에는 이분법만한 도구가 없다. 하지만 이분법에서 자유로워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분명한 아이템이 되는 생각을 잡기는 했으나 본인이 이분법의 그물에 갇히고 말기 때문이다. 자칫 천수답에서 농사짓는 농부가 비 내리기만을 학수고대하는 격이 된다.

TV토론에서 찬반양론으로 극명하게 대립된 사안일수록 허망하게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한 치의 양보도 없다. 밀리면 죽는다. 승자라 하더라도 이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지지자를 결집하는 데 가장 탁월한 효능이 있다. 그래서 박빙의 승부가 예측되는 선거 토론회가 제일 재미있다. 예를 들어 집 없는 사람들의 힘든 상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하며 목소리를 높일수록 상당수의 많은 표가 결집될 것이다.

단언컨대 이러한 상황에 익숙해지는 사람은 절대 좋은 논술을 쓸 수 없다. 언뜻 보면 비판적이고 색이 극명해서 속이 시원한 글처럼 보이나 금세 식상해진다. 그렇다고 하여 무색무취, 회색빛깔내기 등은 더욱 안 된다. 무색무취나 회색빛깔은 차라리 이분법만도 못하다. ‘이것도 흥, 저것도 흥, 오락가락, 흔들흔들’거리는 태도는 이곳에서도 저곳에서도 내팽개침을 당할 공산이 크다. 논술도 마찬가지다.

사실 논술을 하면서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이 ‘승자효과’다. 이것은 ‘잘 생기고 매력적인 남자는 인생에서 항상 승리할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소유한 사람은 사람을 평가할 때 승자와 패자를 분명하게 가른다. 결국 이분법의 늪 속에 스스로 빠져버리는 것이다. 승자효과를 맹신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승자이면서도 승자가 될 수 없고 패자로 보여도 패자가 아니다. 보수를 표방해도 보수가 아니며 진보를 말해도 진보적이지 않다.

다음으로 경계해야 할 것이 ‘도발적인 글쓰기와 전투적인 글쓰기’이다. 이러한 글쓰기는 기득권의 질서나 고정관념을 깨는 데 바람직한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은 과도한 편 가르기를 유발할 수가 있다. 같은 종류의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할 뿐이다.

그렇다면 한수 높은 평가를 받는 논술은 어떤 글쓰기인가? 그것은 바로 화합적인 글쓰기다. 따라서 화합적인 글쓰기는 전투적인 글쓰기보다 훨씬 더 내공이 필요하다. 화합적이라고 하여 논점을 피해가라는 것이 아니다. 중용을 말하라는 것은 더 욱 아니다. 화합적인 글쓰기에는 글쓴이의 치열함이 더 필요하다. 본질에 대한 탐구가 더욱 요구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주장한다.’식의 글쓰기로는 다른 사람을 감동시킬 수 없다. ‘신념, 열정, 결단’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비록 투박하지만 좋은 논술을 하는 비법임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속삭이듯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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