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ㆍ조PDㆍ윤일상 "우린 '힙뽕'으로 뭉쳤죠"
주현미ㆍ조PDㆍ윤일상 "우린 '힙뽕'으로 뭉쳤죠"
  • 박공숙
  • 승인 2008.01.0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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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경력을 합하니 50년. 트로트 가수 주현미(4 7), 히트 작곡가 윤일상(34), 래퍼 조PD(32)의 삼각편대(三角編隊)는 어리둥절한 조합이다. 장르와 세대를 훌쩍 생략했다. 신구의 조화이고 장르의 융합이다. 음악 인생 24년의 주현미, 16년인 윤일상, 10년 된 조PD가 뭉쳐 교집합을 찾아냈다. 화학반응의 결과는 윤일상과 조PD의 프로젝트 음반 ‘피디스(PDIS)’에 수록된 ‘ 사랑한다’. 윤일상이 작곡ㆍ편곡하고 조PD의 작사와 랩에 주현미의 보컬이 맛깔스럽게 얹혔다.
 
8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스튜디오에 둘러앉은 세 사람은 큰누나, 작은형, 막내동생으로 어우러졌다. 음악으로 묶인 가족은 서로에 대한 존경과 칭찬으로 녹음실을 채웠다.

--힙합과 라틴 멜로디에 트로트 보컬은 신선한 시도다. 주현미 씨를 떠올린 이유는.
▲윤일상(이하 윤) = 어린 시절 주현미 선배에 대한 가슴 속 연민이 있었다. 인연이 없었기에 직접 뵙고 싶기도 했다. 내가 1992년 데뷔 즈음, 주 선배는 결혼해 아이를 키우며 활동을 접을 시기였다. 현실에선 이룰 수 없는 사랑이었다. ▲주현미(이하 주) = 호호, 그때가 둘째아이를 막 가져서 활동을 중단한 시기였다.
▲윤 = 근데 선배님과는 만날 인연이었나보다. 처음 전화드렸을 때 산에서 길을잃었다며 다시 전화를 주시겠다고 했다. 그런데 답이 안와 다시 문자를 보냈더니 그제사 전화를 주셨다.
▲주 = 남편과 산에 갔는데 날이 어둑해지고 길을 잃었다. 그때 정신없어서 솔직히 전화 온 걸 잊어먹었다. (왜 길을 잃었는지 의아해 하자 웃으며) 우리 집에 그런 남자가 하나 있다.

--1980~90년대를 누빈 주현미에 대한 조PD와 윤일상 씨의 기억은.
▲조PD(이하 조) = 가요를 막 알 나이인 초등학교 3~4학년 때. 가왕(歌王)은 조용필이었지만 일찍이 방송 은퇴를 하셨다. 이때 주 선배는 ‘가요 톱 10’ 5주 연속 1 위를 하셨다. 내겐 TV 틀면 1등 하는 사람이었다.
▲윤 = ‘비 내리는 영동교’ 등 히트곡이 진짜 많으시다. 어찌나 음색이 섹시하던지. 노래의 기본인 1차원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힘이 있으셨다. 전통가요를 부르시지만 트로트 ‘뽕짝’ 느낌보다 올드 팝을 부르는 가수 같았다. 솔(Soul) 느낌도 났고. 트로트 창법에 국한된 분이 아니셨다. 마치 프랑스의 에디트 피아프처럼.
▲주 = (활짝 웃어 한쪽 보조개가 쏙 패인 채) 그런데 섹시?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호호.
 ▲조 = 정말 섹시하셨다.(주현미가 “조PD는 아기였을 텐데 어떻게 알지?”라고 묻자) 아기들도 여자를 좋아합니다.
 
--‘사랑한다’ 작업 과정은 어땠나.
▲주 = 난 전통가요를 부르니 안 어울릴 것 같아 우려됐다. 곡을 이메일로 보내왔는데 좌절했다. 영어로 된 데모곡을 불러보니 도저히 못하겠더라. 암담했지만 멜로디가 참 좋아 욕심이 났다. 그간 후배들과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몇 안되는 행운이었다.
▲조 = 사실 ‘사랑한다’의 데모곡 제목이 ‘힙뽕’이었다. 무조건 트로트의 맛을 살려야 했다. 가사는 노래 부를 주 선배의 감성과 팬층을 고려해 썼다.
▲주 = 아들뻘 되는 청년이 어떻게 살아보지 않은 시간을 관조해 가사에 잘 녹여냈는지 감탄했다. 난 주로 TV가 아닌 신문을 보는데 기사에서 본 조PD는 색깔이 강했다. (윤)일상 씨 역시 녹음 때 색깔을 강조했다. 노래의 맛 말이다.
▲윤 = 처음 캐주얼 녹음 땐 주 선배의 느낌이 잘 안나오더라. 사실 라틴 리듬도 섞여 있어 쉬운 노래는 아니다. 교집합을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 후 정식 녹음 땐 ‘역시 주현미’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코러스 파트의 ‘사랑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란 부분 중 ‘라이프(Life)’에서 ‘어떻게 저런소리를 내실까’ 신기했다.

--세대와 장르를 뛰어넘은 시도는 가요계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조 = 솔직히 굉장한 기대를 갖고 있다. 주 선배에겐 자존심과 자신의 일부를버린 도전이다. 세 사람의 노력은 즐거운 교감이 됐다. 우리의 시도가 상업적인 트렌드가 되는 건 바라지 않지만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었던 만큼 가요계에서도 의미 있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싶다. 나도 50~60대가 됐을 때 함께 해보자는 젊은 친구들이 있어야 할 텐데….
▲윤 = 히트를 생각하고 만든 건 아니다. 과거의 대가수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고교시절 우상이던 이문세 씨와 2006년 드라마 ‘발칙한 여자들’ O.S.T를 작업한적 있다. 이번 주 선배와의 작업까지 이분들의 목소리가 내 음악에서 나왔을 때 감정이란…. 기쁘고 행복하다.
▲주 = 아직도 얼떨떨하다. 전통 가요에도 스윙, 디스코가 있다. 요즘은 ‘뉴 트로트’라며 정통에서 벗어난 트로트가 많다. 향후 내 음반을 낸다면 4분의 4박자 전통가요인 ‘동백 아가씨’ 같은 노래로 돌아가고 싶다. 일상 씨에게도 곡을 부탁했다.
▲윤 = 앗! 지금 막 그 말씀 하시는데 멜로디가 떠올랐다. 주 선배의 목소리, 조PD와 나의 음악적 재능 모두 하늘이 주신 것이다. 지금 떠오른 멜로디 역시 하늘이 내려준 것 아닐까. 세 사람의 땀과 노력이 평가되길 바라고, 이런 시도는 계속될것이다. 음악 팬들에게 하고 싶은 당부는 ‘좋으면 듣고 안 좋으면 듣지 말라’는 것이다. 음~ 너무 진지한 엔딩인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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