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대담)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신년대담) 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 강성주
  • 승인 2007.12.2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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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아 전북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온 삼양그룹의 김상하(82) 회장을 만나 앞으로의 국가 및 지역경제의 전망과 도민들의 희망인 새만금지역의 올바른 개발 방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올해는 국민들이 경제활성화를 바라면서 압도적으로 지지해준 ‘실용정부’가 들어서게 됩니다. 우리 나라 경제계를 이끌어 오신 원로로서 앞으로 국가경제의 진로와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 제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떠난지 만 7년이 지났습니다. 현재는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과 한·일 경제협회 명예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예전처럼 왕성한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요. 그러나 우리 나라 경제가 잘 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과거 참여정부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께서 국가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중심으로 한 새 정부에서는 어떻게 방향을 잡아 추진해 나갈지 아직 짐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새 정부가 경제 중심의 사회를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정책들을 마련해 추진할 것 같다는 판단은 하고 있습니다. 산업과 금융 등 모든 방면에서 개방의 문을 활짝 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열린사고를 갖고 실용주의, 시장주의, 능률주의에 중점을 둘 것 같습니다. 경제 테마별로도 여러가지 안목을 갖고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경제계 선배들께서 구축해 놓은 해외기반을 바탕으로 개방의 폭을 좀 더 넓혀 경제 발전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 도민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이에 보조를 맞춰 나가야 하리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들이 경제를 국내에만 한정시키지 말고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국민들이 자기 자신의 주위만 보지 말고 주변을 넓게 돌아보게 되면 우리 경제가 일보 전진하게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전북도민의 희망인 새만금지역에 대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경제자유구역으로도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새만금지역의 올바른 개발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새만금지역 개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어서 그동안 농림부 사업으로만 생각을 해왔는데 특별법 제정과 경제자유구역 선정은 정말 큰 진전을 본 것입니다. 이같은 성과는 전북도의 행정전문가 및 담당자, 도민들이 합심해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새만금 개발을 위해 인내력을 갖고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도민들이 새만금을 ‘우리 것’이라고만 생각하기보다는 ‘나라의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 정부에서도 새만금을 성공 사례로 만들려고 할 것입니다. 이를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값진 지역으로 만들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도민들의 힘만 가지고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가 없는 만큼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합니다. 나아가 새만금의 광활한 땅을 전 세계에서 관심을 갖고 활용토록 해야 할 것입니다. 새만금 개발이 그런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춰가면서 아이디어를 창출해야 합니다. 이제 법률적으로 해결이 됐으니까 중앙정부가 개발 중심이 되고, 외국에도 문을 열어 개발 자본을 적극 유치해야 합니다. 외국자본 가운데도 좋은 자본과 부실 자본을 확실하게 평가해서 유치하고, 훌륭한 외국 경제인들도 끌어와야 합니다.

삼양그룹이 창립 84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소위 100년 기업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오랜 세월 내실있고 튼튼한 기업으로 지속 성장해온 비결은 무엇입니까?

- 지금까지의 모든 평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 최근 10∼20년 동안을 돌아보면 꼭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가 없습니다. 회사를 안전 위주로 건실하게 운영하다보니 과거에 저희와 동등했던 다른 기업에 비해 큰 성과를 이룩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대한 회사내 젊은 경영인들의 비판도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아쉽게 생각하면서 반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선친들께서 회사를 일으키고 발전시켜오면서 고수해온 경영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기업(起業)도 중요하지만 수성(守成)도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924년 산업보국의 뜻을 품고 회사를 설립한 수당 김연수 선생께서 1931년 정한 삼양훈을 사훈으로 정하고,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도록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삼양훈은 중국 송나라 시대 최대 문호인 소동파가 생활의 지표로 삼은 수신훈에서 따온 것으로 분수를 지켜 복을 기르고, 마음을 너그럽게 하여 기(氣)를 기르며, 비용을 절약하여 재(財)를 기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선양(宣揚)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울러 올바른 정신의 가치를 추구하는 양복(養福), 신체의 건강을 희구하는 양기(養氣), 근검절약을 창의로 경제적 부를 추구하는 양재(養財)는 개인과 기업, 사회가 함께 지향하고 지녀야 할 목표입니다. 삼양사의 경영이념인 ‘창조적 혁신경영’, ‘풍요한 사회건설’, ‘행복한 생활지향’은 바로 삼양훈에 그 윤리적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 동안 성장에만 중점을 두고 반짝거렸다가 사라진 기업들이 많습니다. 우리 회사가 오랜 세월 지속경영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시는 고향 분들의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양그룹은 삼양사 공장을 울산에서 전주로 옮긴 이후 낙후된 전북의 경제 성장을 이끄는 한 축을 담당해 왔습니다. 이에 대해 한 말씀해 주십시오.

- 공장을 전주로 이전하려고 할 당시에 회사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대단했습니다. 경제논리로는 울산에서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훨씬 이익을 많이 낼 수가 있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나 남다른 고향 사랑을 하시던 수당 김연수 선생께서 이전을 강력히 추진했었습니다. 경영에서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정신적 가치에 큰 비중을 두고 고향에서 기업을 하시기로 결심하셨던 것입니다. 1969년 당시 전주에는 내놓을 만한 공장이 전주제지와 삼양사 두 개 밖에 없었습니다. 지금은 전주로 옮겨 공장을 가동해온 것에 대해 후회는 없습니다. 도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미래의 전북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사실 저는 전북에 대해 사업과 관련해서는 잘알고 있지만, 인맥은 형성이 잘 되어있지 않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태어나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가 전주공장을 만드는 책임자였고, 인촌 김성수 선생과 부친께서 태어나신 곳이 고창이어서 전북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에 전북에는 미원, 쌍방울, 한국합판 등 도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기업들이 여러 개 있었으나, 현재는 삼양사, 백양 등 알찬기업이 몇 개 남아있지 않습니다. 기업다운 기업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조선맥주, 대우자동차 등 새로 입주한 기업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너무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건실한 기업들이 유치돼야 합니다. 도민들이 국내 대기업 및 중소기업 유치 프로잭트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저도 힘껏 돕겠습니다. 애향운동본부 등 지역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여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외지인의 의견과 입장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우애정신운동도 필요합니다. 이러한 협동정신을 발휘해야만 기업 유치에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으신 점은 무엇입니까?

- 한국이 많은 변화를 겪고 있지만, 우리들의 향토애에 대한 정신문화는 변하지 않습니다. 도민들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훌륭한 정신들을 계속 발전적으로 유지해 나가야 합니다. 각자가 서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해 한마음 한 뜻으로 뭉쳐 전진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올해는 새만금의 개발 틀이 결정될 것입니다. 도민들이 마음을 비우고 역량을 결집시켜 주기를 바랍니다.

서울=강성주기자 sjkang@domin.co.kr

○···김상하 회장 약력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주)삼양사 대표이사 사장 (주)삼양사 대표이사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서울상공회의소 회장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장 산업기술정보원 이사장 한·베트남 민간경제협의회 회장 한·중 민간경제협의회 초대 회장 환경보전협회 회장 한국유통정보센터 이사장 한국산업디자인진흥원 이사장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사장 한일경제협회 회장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이사장(현)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 후원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명예회장(현) 한일경제협회 명예회장(현) 삼양그룹 회장(현) 1975년 동탑산업훈장 수상 200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수상 저서 ‘묵묵히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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