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도 얼음과 물에서 황금을 캐듯이 살아보자
새해에도 얼음과 물에서 황금을 캐듯이 살아보자
  • 김복현
  • 승인 2007.12.26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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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시작 벽두부터 요란스럽게 떠들던 황금돼지의 해를 맞이하면서 우리들에게 무엇인가 좋은 일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나름대로 예단도 했지만 뒤돌아보니 어느 해보다 어렵게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제는 한 해 동안 꿈꾸었던 모든 것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묻어야 하는 끝자락에 서서 지난날들을 회고해 볼 시간이다.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꿈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 하지만, 미처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새 희망의 꿈을 꾸어야 할 때이다. 그래서 지금은 황금 돼지의 해를 역사에 묻으면서 뒤돌아보고자 한다.

과연 황금돼지의 해에 우리는 황금을 얼마나 받았을까? 황금? 구경도 못했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황금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말로만 황금돼지의 해이지 정말로 고생만 실컷 하고 한해를 보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황금을 골고루 나누어 받은 한해다. 무슨 소리냐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그렇게 갖고 싶어 했던 황금을 국민 모두에게 한 아름씩 안겨주었던 장본인 중의 한사람 김연아. 김연아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기뻐하지 않은 국민 없었고 좋아하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은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에게 황금을 한 아름 안겨준 김연아는 군포 수리고에 다니는 17세의 여고생이다.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모습에서 너무도 큰 황금덩어리를 안겨주었다. 선진 스포츠 강국들이 심혈을 기울여도 안 되는 피겨 스케이팅에서 세계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누구보다도 일본사람들이 정말로 놀랐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황금이 어디에 있을까? 차가운 얼음위에서 황금을 캔 것이다.

여자 피겨 스케이트 싱글은 여자 체조 개인전과 함께 세계인의 조명을 가장 많이 받는 스포츠 종목이다. ‘피겨요정’ 김연아는 미모와 영리함을 겸비한 대한민국의 황금덩어리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황금제조기인 것이다.

그뿐인가? 수영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수영 열풍’ 을 일으킨 ‘마린 보이’ 박태환, 아시안 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 무대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여 기염을 토해내게 했던 자랑스러운 18세의 경기고 학생이다. ‘자고나면 성장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박태환은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도 수영분야 첫 금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물속에서 황금 덩어리를 캔 것이다.

IMF시대 영웅 칭호를 받았던 박찬호와 박세리 그리고 세계무대에서 언제나 우리를 기쁘게 만들어 주었던 박지성과 이승엽, 이들은 스포츠 스타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도 소중한 대한민국의 황금이다. 이제 머지않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여자골퍼 신지애(19세)도 대한의 황금이다.

반면에 황금 돼지의 해에 국민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안겨준 잊지 못할 사건들도 있었다. 아프카니스탄의 이슬람 무장 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한국인 23명이 납치된 사건은 온 국민의 가슴을 조이게 했으며, 기억하기조차도 꺼려지는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도 있었다. 또한 대기업의 총수가 보복 폭행사건을 일으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수치스러운 사건, 권력 앞에서 잘못된 사건의 전말이 세상에 알려진 신정아 사건도 우리 국민 모두를 허탈감에 빠지게 했다.

이러한 와중에도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 호를 끌고 갈 대통령을 뽑는 일이야 말로 황금돼지의 해에 가장 큰 일이었다. 이 큰 일을 해결하기에 온 국민이 몰두하고 있을 즈음 우리에게는 황금이 아닌 재앙이 닥쳐와 미래를 걱정하게 하고 있다.

태안 앞바다 유조선에서 쏟아지는 기름 유출사고, 한 순간의 잘못으로 우리의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이다. 이 재앙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발 벗고 나섰다. 눈으로 보이는 기름을 떠내고 닦아 내려고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으나, 오염 이전의 생태계로 되돌리는 데는 무려 20년이 넘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땅과 바다 속 깊숙이까지 기름에 오염된 생태계는 자연 정화를 통해야만 스스로 되살아난다고 하니 그야말로 재앙중의 재앙이다. 이렇게 어려운 일들을 당하면서도 굴하지 않고 헤아릴 수없는 오염된 모래알까지 닦아내려는 우리 국민들의 정성어린 손길에 세계인들이 놀라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재해와의 전쟁을 우리국민들의 애정 어린 자원봉사정신으로 서해안의 바다를 살려 내려는 희망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또한 대한민국 국민만이 간직하고 있는 아픔을 나눌 줄 아는 황금 같은 정(情)에서 우러나오는 힘이다.

이제 며칠 후에는 2008년 쥐의 해가 우리 앞에 펼쳐진다. 새해에는 쥐처럼 할 일도 많고, 걱정할 일도 많은 희망과 기회가 함께하는 해라고 한다. 새해에 뜨는 희망찬 붉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보다 건강하고 힘차게 새해를 시작하여 각자의 분야에서 황금을 캐는 일에 매진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김복현<익산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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