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표심의 중량감
9% 표심의 중량감
  • 박기홍
  • 승인 2007.12.2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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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득표율 16대 보다 2배 늘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 던진 전북의 전략적 표심 ‘9%의 중량감’에 대한 여러 해석이 교차하고 있다.

이번 전북의 선거 결과를 놓고, 대통합민주신당 전북선대위는 정동영 후보의 안방에서 9%를 한나라당에 넘겨주며 과거의 열풍이 사그라진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고, 한나라당 전북선대위도 당초의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나름의 허탈함을 표출하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졌다. 치열한 민도 시험을 치렀지만 누구도 만족할 만한 수준의 성적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형국이다. 물론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당내 경선 직후 호남의 이명박 지지율이 20%를 상회한 적도 있다. 이런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앉은 것에 대해, 상당수 당원이 풀 죽은 모습이다.

하지만 뜻있는 지역인사들은 “이 후보의 9% 전북 득표율은 조금만 자세히 뜯어보면 적잖은 변화를 읽게 하는 함축된 민의를 포함하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가 자신의 텃밭인 전북에서 81.6%의 득표율을 낚아올렸지만 이 성적표는, 15대 대선의 김대중 후보와 16대 때의 노무현 후보가 전북에서 올렸던 득표율(각각 92.2%, 91.5%)과 비교할 때 10%포인트 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에 반해 이명박 당선자는 전북에서만 무려 8만6천149표(9.0%)를 얻어, 지난 16대 때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확보한 6.1%(6만5천334표) 비율보다 크게 상향조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산술적인 표만 계산할 경우 16대의 이회창 후보에 비해 이명박 당선자에 대한 전북의 표심이 훨씬 너그러웠으며, 그 증가율만 따지면 31.8%(2만3천815표)를 기록했다. 특히 이 당선자의 전북 득표력은, 전북의 아들인 정 후보와의 치열하고도 어려운 싸움 속에서 일군 결실이어서, 항간에는 ‘19%와 같은 9%’라고 말하는가 하면 ‘18만표의 중량감을 지닌 8만6천표’라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이 당선자의 득표율이 군산 11.5%, 익산 10.2%, 무주 11.3% 등 3개 시·군에서 두 자릿수 진입에 성공한 데다, 전주 완산과 덕진구 역시 9.5% 안팎을 기록하는 등 그 나름의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군산은 강현욱 새만금특위 위원장이 이 당선자의 표밭을 열심히 가꾼 게 효과를 봤고, 익산은 조남조 전북선대위원장의 호투에 힘입은 것이라는 주변의 분석이다. 또 전주지역의 경우 김경안 도당위원장 등이 혼신을 다할 결과라는 분석이다.

30% 이상의 증가율만큼 지역의 민심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해석은 대통합민주신당에겐 텃밭이라 해서 방치하면 언제라도 민심은 고개를 돌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한나라당엔 진정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전북에 다가설 때만이 두 자릿수 허용이라는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박기홍기자 kh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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