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주일간 자체 여론조사에서 2위 자리를 공고히 한 것은 물론 크지 않은 격차로 이명박 후보를 추격하던 것으로 나타났던 만큼, 이 같은 출구조사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캠프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은 “출구조사인 만큼 끝까지 지켜보자”며 희망을 버리지 않았지만 표정은 어두웠다.
이회창 후보는 출구 조사가 발표될 당시 선거사무소 1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 후보는 기름유출 피해가 발생한 태안에 이날 오전 봉사 활동을 갔다가 오후 5시께 귀경한 뒤 서빙고동 자택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오후 7시30분께 캠프에 나와 그 동안 고생한 관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그러나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 강삼재 전략기획팀장, 이흥주 홍보팀장 등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있었다. 이 홍보팀장은 “허 참..”이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관계자들은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는 듯 자주 고개를 갸우뚱했다.
주변의 지지자들도 찬물을 끼얹은 듯 침묵을 지켰다.
한 핵심당직자는 출구조사 결과와 관련, “이명박 후보 도덕성에 대한 판단 보다는,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컸던 것 같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허성우 정무팀장도 “정권교체라는 대의 명분에 도덕성이나 후보의 자질은 속수무책이었다”고 평가하고 “투표율이 낮은 것은 이명박 후보에 실망해 우리를 지지할 마음이 있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투표율이 낮으면 조직이 없는 우리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혜연 캠프 대변인도 “일단 출구조사인 만큼 지켜보겠다”면서도 “선거는 순수한 마음과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고 조직이나 돈이 있어야 되는 거라는 점에서 아쉽다. 그러나 이 후보가 내세운 대의가 국민에게 잘 전달돼 앞으로 건전 보수세력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이런 가운데 한 40대 여성 지지자는 상황실을 찾아와 부정투표가 자행됐다며 재투표 실시를 주장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그는 “오전 염창동 5투표소에서 투표를 하려는데 이미 내 이름 옆에 사인이 돼있었다”면서 “현장의 선관위 직원이 다른 동에 사는 동명이인이 잘못 투표했다면서 또 다시 투표할 수 있다고 설명해 황당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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