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관련된 영화 속의 언론
대선과 관련된 영화 속의 언론
  • 장병수
  • 승인 2007.12.19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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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웃으면서 던진 말이다. “금년 대선은 BBK로 시작해서 BBK로 가는데, BBK의 최대 수혜자는 당선자가 아니라 BBQ 통닭일 것 같습니다.” 차기 5년간 대한민국의 지도자를 결정하는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20여 일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마무리되었다.

그동안 각 후보자들은 촌각을 다투며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유권자들 가까이 다가가 공약을 발표하고 국정 방향을 제시하는 등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그런 와중에 진실과 거짓의 논란을 빚은 BBK사건이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특히 특정 후보자와의 관계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하면서 후보자간 공방은 사활을 건 이슈로 등장했으며, 결국에는 특검 도입으로까지 발전해 버렸다. 금번 BBK 사건을 보면서 대선이라는 민감한 시점에 후보자들에 대한 능력과 도덕성은 언론이 사명감을 가지고 검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대선과 관련된 영화 속의 언론의 모습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기업이나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서 국민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멘탈리티는 결국 국익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논리를 잉태하게 만든다. 그리고 언론 역시 국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진실을 숨기고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기업이나 정부는 국민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어느 회사의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언론에 회사명과 제품명이 알려지고, 회사는 모든 상점의 판매대에서 그 제품을 회수한다. 이는 미국인들이 기업의 이윤보다는 소비자들의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론은 A사 혹은 B사 식으로 회사명을 감추며, 제품명 역시 알리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이는 언론이 소비자들의 안전보다는 해당기업의 명예나 이윤을 더 챙겨 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의 도덕성에 대한 언론의 역할은 알란 J. 파큘라 감독의 <대통령의 음모 All the president's men>(1976)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주된 내용은 어느 날 단순 절도 사건을 취재하던 ‘워싱턴 포스트’지의 두 기자는 이 사건에 엄청난 정치적인 음모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그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신변의 위협도 느낀다. 결국 그 사건은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되었고 현직 대통령이었던 닉슨이 사임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영화는 불가능하게 보이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쳐 마침내 기사화하는 과정을 세미 다큐멘터리식의 스타일로 매우 긴장감 있게 그리고 있다.

미디어가 발달할수록 국민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매체에서 흘러나오는 정보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가 대중들은 혼란스럽다.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매체를 이용하여 자신의 스캔들을 덮어가는 과정을 그린 베리 레빈슨 감독의 <왝 더 독 Wag the dog>(1997)이 있다.

대통령 선거 12일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걸스카웃 학생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선거에서 불리해진 현직 대통령은 비상책을 강구한다. 정치해결사 브린은 대처방안으로 미국 국민들에게 생소한 알바니아를 적대국으로 포장하고 반알바니아 감정을 고취시키는 음모를 꾸민다. 급박하고 생상한 전쟁상황을 연출하고 영상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브린은 헐리우드의 유명한 제작자 모스(더스틴 호프만)의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모스는 헐리우드의 최첨단 CG를 이용하여 긴박한 전쟁 현장을 재현하고 이 모든 가상 시나리오는 TV를 통해 방송된다. 자연히 대통령의 스캔들은 잠잠해지고 대통령의 지지도는 급상승한다. 결국 현직 대통령은 정치적 위기를 매체를 최대한 활용해서 극복하고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로 재선된다.

선진국에서는 대선 및 각종 선거와 관련해서 후보자에 대한 특정 게이트나 스캔들이 불거지게 되면 그 후보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특히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자는 능력 못지않게 도덕성이 최고의 덕목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선 과정에서 보여준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 문제는 경제에 밀려 나고 말았다. 언론의 편집 방향에 따라서는 국민의 눈과 귀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다. 외국기자들은 우리의 대선 과정을 한 편의 흥미진지한 블록버스터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장병수(영화평론가/호원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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