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제와 대통령의 역할
인간문제와 대통령의 역할
  • 김진
  • 승인 2007.12.1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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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자기의 소질과 포부를 도도히 요설로 재깔여 나가는데, 그 똑똑하고, 야무지고, 앙큼한 품이 몹시 귀엽다. 그 참새같이 작은 몸, 빛나는 눈, 훤칠한 이마, 낭랑한 목소리-나는 일견 그녀가 ‘재원’이상의 문학적 천부의 소질이 충분히 있음을 간파했다.”

무애 양주동이 제자이자, 1년간 동거했던 애인이며 삶의 동반자였던 강경애의 학생시절을 회고하며 쓴 글이다. 강경애는 식민지시대를 대표하던 작가로서 1934년에 동아일보에 연재했던 장편소설 <인간문제>는 당시 인간으로서 기본생존권조차 얻을 수 없었던 노동자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쳐, 근대소설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1935년 이후,《해고(解雇)》《지하촌(地下村)》《어둠》등, 제목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사회의식이 강한 작품을 발표했었다. 그는 <인간문제>에서 "인간이 문제인데, 인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몇 천만 년을 두고 싸워왔다. 그러나 아직 이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앞으로 이 당면한 큰 문제를 풀어 나갈 인간이 누굴까?"라고 반문한다.



*반쪽 대통령에 대한 이해

우리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향후 5년 동안 한국의 큰 문제들을 풀어나갈 지도자는 누굴까? 올해 초부터 각 당의 경선으로 시작된 오랜 궁금증은 어젯밤에 풀렸다. 새로운 지도자가 뽑힌 것이다. 과거에는 대선하면 민주대 반민주의 싸움이었는데, 이제는 보수와 진보 간의 싸움이 대세다. 이념적인 표현이야 어떻든 간에, 문제는 새로운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지난 5년간의 노무현 대통령을 일컬어 반쪽짜리 대통령이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나는 그 말을 이해하기를 일을 절반밖에 못한 대통령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나의 견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해의 폭이 절반밖에 되지 못한 대통령이었다고 풀이하고 싶다. 민주든 반민주든, 진보든 보수든 간에 세상의 이치란 경중이 있고, 선후가 있고, 순환이 있다고 했다. 지난시절 우파나 보수의 시대가 있었고, 그들이 행한 오류를 이해하는 대통령이었더라면 지금의 진보가 가져올 오류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상대에 대한 부정은 어차피 반쪽밖에 될 수 없는 게 아니겠는가! 이번 대선의 화두는 경제였다. 서로들 나만이 경제 살리기에 적임자라고 앞 다투었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상대에 대한 몰이해는 반쪽일 수밖에 없다. ‘나만이’, ‘내가’라는 발상은 새로운 오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경제의 주체는 대통령 혼자만이 아니다. 꼭 경제를 배우지 않은 사람도 알고 있는 조순 前총리나 정운찬 前서울대총장 같은 분이 쓴 책에도‘경제의 주체는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사람 및 모든 단체 내지는 법인’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 경제에서의 대통령의 역할

경제에서 정부부문은 공익을 확보하기 위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통령의 역할은 공적인 경제업무를 총괄하는 수장인 것이다.

누구든지 눈에 보이는 것에 끌리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기는 쉽지 않다. 새로운 대통령의 역할 역시 대선 때 곶감처럼 주장했던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 잠재력 확충 같은 얘기는 한발 앞서나간 얘기이다. 우선은 기업이 미래를 향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먼저이다. 많이 생각할 것도 없다. 우선 작은 정부구성과 규제철폐, 그리고 법치만 확립해주면 된다. 그리되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은 당연한 부산물이 될 것이다.

이제 선택은 끝났다. 대통령이든 국민이든 서로 제 할 일만 잘하면 될 일이다.

김진<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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