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과 안이함이 키운 대재앙
무능력과 안이함이 키운 대재앙
  • 황석규
  • 승인 2007.12.18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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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에서 10여㎞나 떨어져 정박해 있는 유조선을 크레인 예인선이 들이받아 기름이 유출되었다는 어이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원인을 두고 유조선 측과 예인선 측은 서로 상대방 때문이라고책임을 떠넘기는 데만 급급했고, 정부의 안이한 대처와 무능력은 이번 사고를 국가적 재앙사태로 키우고 말았다.

현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지 오래됐고 그 정도가 지나쳐 조용히 시간이 지나기를 바래왔지만 착각이었나 싶다. 이번 사고는 초기 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 지경까지 사태를 키우지 않을 수 있었다. 핵심은 추가적인 기름 유출을 막는 것과 이미 유출된 기름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었는데 안이한 탁상행정은 두 가지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사고 당일 정부는 추가적인 기름 유출은 없고 유출된 기름도 해안에 도착하기 전 3일안에 모두 수거할 수 있다고 장담하여 국민들을 안심시켰다.

상부의 지시가 없으니 접근 마라?

그러나, 실제 상황은 48시간동안 기름을 계속 흘러나와 대재앙의 원인이 되었다. 사고 초기에 주변 해경과 어민들을 비롯하여 가능한 모든 선박을 동원하여 유조선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처마 빗물받이 같은 도구를 인용해서 바지선으로 받아내는 응급처치만 했더라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기름받이 도구를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닐텐데 아쉽다 ‘기름이 흘러나오고 있는데도 다 조치했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상부의 지시가 없다고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어민들의 자발적인 조치를 막지 않았더라면‘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금방 제거될 것 같던 기름은 불과 13시간만에 태안 해변가를 덮쳤다. 3일만에 1만6천톤을 수거할 수 있다던 정부의 방제정은 실제로는 3일은 커녕 치우고도 남을 5일 동안 173톤밖에 수거하지 못해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해안가에서 직접 제거한 525톤의 반의 반에 그쳤다.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현장에 도착해 직접 기름 제거작업을 하면서 힘들어 허리를 펴 주위를 살펴보니 앞으로 원상복구까지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더 있어야 될까라는 생각에 앞이 캄캄해졌다. 짧은시간 동안 기름덩어리와 씨름하고 나서 두통과 메스꺼움에 밥이 넘어가지 않는데 벌써 몇 날 며칠을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떨지는 눈으로 안 봐도 선하다.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한 조치를 하루 빨리 취해야 한다.

전시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되어야

해안가 주변에는 기름을 수거한 포대가 곧장 처리되지 않고 어지럽게 방치되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니 폐기물 업체가 처리비용을 떼일까봐 방치하고 있더라는 말과 함께 한 술 더 떠 굴 양식장은 피해보상 때문에 일부러 방제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 행정당국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나온 것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각종 세금과 금융지원을 하겠다는 말밖에 없다.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생태계가 완전히 초토화되어 고기잡이는 끝났고 사람들은 서해안에는 발길을 뚝 끊어 생계가 걱정인 마당에 세금유예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빠른 시간 내에 원상복귀를 바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피해보상과 장기적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생색내기용 대책이 아니라 해변에 널려있는 폐기물 수거에 당장 자금을 집행하고, 2차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유화제를 뿌리는데 동원한 헬기는 피해보상을 위한 사진과 동영상 등 객관적 자료 수집용으로바꾸어 보상 염려로 방제작업을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개선하는 곳에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해난 재앙사태의 확산을 여기서라도 막으려면 지금과 같이 눈에 보이는 기름만 제거하려고 하는 전시행정은 그만두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바다속 오일볼과 그동안 마구뿌린 유화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제작업을 바꿔야 한다. 중구난방으로 발표되는 실속없는 대책보다는 실질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그랬을 때만이 진정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생활터전 복구의 기반이 형성될 것이다.

황석규<전북생명의 숲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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