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통령인가?
어떤 대통령인가?
  • 김윤태
  • 승인 2007.12.17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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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누구를 대통령으로 선택해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선거보다 “아무도 맘에 드는 사람이 없다”는 유권자들이 훨씬 많아졌다. 대통령 감이 이전보다 못해진 것인가? 아니면 국민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진 것인가?

과연 대통령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차기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경제성장’을 꼽고 있는 반면, ‘도덕성’과 ‘사회통합’은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삶이 팍팍해진 중산층과 서민들의 마음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이번에는 ‘경제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CEO(최고경영자)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경제 대통령이란 과연 무엇인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업에서 CEO를 경험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대답은 ‘아니오’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은 기업체의 CEO와는 천양지차로 다르다. 1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는 사장은 100명이 사는 마을의 이장조차 잘 할 수 없다. 이윤 논리에 따라 직원을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CEO의 역할과 대통령의 역할은 다르다.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를 필요에 따라 해고하듯이 없애버릴 수 없다. 청년실업은 개인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나,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사람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결국 대통령은 사장 출신이 아니라 미래사회의 비전을 가진 ‘경제 지도자’가 나서야 한다. CEO 경력자가 아니라 새로운 경제전략을 제시하는 경제 지도자가 필요하다. 1930년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업가 출신이 아니었지만 대공황의 위기를 극복하였다. 루스벨트는 취임 연설에서 “금융거래인들은 우리 문명이 만든 사원의 높은 자리로 피신했습니다. 우리의 문명을 복구하기 위해서 금전적 이윤보다 더 고귀한 사회적 가치를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 지도자는 이렇게 말한다. 1990년대 미국 클린턴 대통령도 정보통신산업의 성장을 토대로 ‘신경제’의 호황을 만들었다. 1998년 선출된 영국의 블레어 총리도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이지만 새로운 정책으로 실업률을 낮추고 경제를 회생시켰다. 반면에 태국의 탁신 총리,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CEO 출신 대통령이었지만 모두 부패 스캔들 때문에 도중하차하였다.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인 청렴성을 무시한 결과이다.

이제 대한민국에 새로운 대통령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치의 사명은 공동체의 통합이고 대통령은 국가의 통합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지역갈등, 이념갈등으로 분열되어 있다. 다양한 지역, 계층, 이념의 대립을 넘어 우리는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단합해야 한다. 그리고 남남통합을 거쳐 남북통합, 동북아와 세계 통합으로 발전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은 남북 평화시대와 동북아 시대의 새로운 출발을 여는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17대 대선에서 선출되는 새로운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합을 이루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시장은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효율적이지만 사회는 시장의 논리대로 운영될 수 없다. 시장경제는 지지하지만 시장사회는 지지해서는 안 된다. 사회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만 모여서 이기심을 채우고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무시하고 배제하지 않아야 한다. 사회는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며 서로 협력하고 사회적 약자를 도와줘야 한다. 대통령은 보통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사회통합의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하고 수도권과 지방경제가 상생하는 한국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와 노동조합이 가슴을 열고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동자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줄이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의 삶을 최고로 챙기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용이 불안해지고 복지재원이 부족해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했다. 많은 중산층과 서민들은 해가 갈수록 주택과 교육의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금과 사회보험료는 인상되었지만 삶은 질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과거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 바로 잡아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은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복지제도를 개혁해야 한다. 더 좋은 학교를 만들고 더 훌륭한 교사를 육성하여 교육강국을 만들어야 한다. 첨단과학기술에 과감하게 투자하여 미국, 독일, 일본 수준의 과학기술대국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의 삶을 우선적으로 챙기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김윤태<'한국의 전망'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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