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사고 키우는 빨리빨리문화
⑦사고 키우는 빨리빨리문화
  • 김경섭
  • 승인 2007.12.14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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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조급증이 보행자 사고 부른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들이 ‘안녕하세요’ 다음으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빨리’라는 말이 있다. 우습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이야기다.

이 말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대변해 주고 있다.

음식을 비롯해 택시를 타도 세탁소에 옷을 맡길 때 등 무슨 일을 하더라도 “빨리 해주세요”라는 말을 쉽게 너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급해서가 아니라 습관으로 한국인의 습성으로 굳어졌다.

한국처럼 ‘빨리’를 요구하는 나라는 없는 것 같다. 외국인이라면 왜 한국인은 식당에서 ‘맛있게’보다는 ‘빨리’하기를 재촉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생활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빨리빨리’ 문화는 사회적·경제적 등 여러 분야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인의 습성으로 굳어버린 ‘빨리빨리’ 문화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빨라던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다른 나라가 몇 백년동안 이룩했던 경제성장의 길을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후 불과 50년만에 고속성장을 이루며 세계 10대 경제대국 진입을 앞두고 있다.

현대 문명이 빠른 속도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속도를 무시하고 생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같은 ‘빨리빨리’ 문화는 우리나라의 경제의 고속성장을 이끄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많지만 부작용도 적지않다.

공사기간의 단축은 건물과 시설의 붕괴를, 자동차 과속은 세계 제 1위의 교통사고율과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보행자와 관련된 사고는 1천923건으로 전체 교통사고 9천567건의 20.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보행자 사망자는 154명으로 전체 사망자 446명의 34%를 차지하는 등 보행자 관련사고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행자 사망 사고는 차대 사람이 151명, 보행자 과실이 1명 등으로 대부분 사망사고가 운전자 부주의인 것으로 분석돼 운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반영했다. 이와 함께 부상자는 전체 1만5천804명의 12.2%인 1천922명이다.

시·군별 보행자 사망자는 전주와 익산이 각각 33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군산 23명, 고창 10명, 완주 9명, 남원 7명, 정읍 6명, 장수 4명, 부안·무주 3명, 임실·진안·12지구대 각각 2명, 순창·9지구대 각각 1명 등이다.

이는 지난 2005년 보행자 사망자 174명에 비해 20명이 줄어든 수치지만 보행자가 여전히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같이 운전자들의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매년 150여명 이상의 보행자가 자동차 사고로 숨지는 것은 운전자의 전방 주시 태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운전자들의 안전의식 고취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각 도로 교차로에서 녹색신호등이 황색등으로 바꿀 때 일부 차량들은 이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때 교차로에서 다른 차선에서 녹색신호등이 켜지면서 급출발하는 차량과 충돌하거나 뒤엉켜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더욱이 일부 몰지각한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불이 켜져 보행자들이 통행하는 경우에도 무리하게 통과하려다 중간에 정지하거나 그대로 지나가는 등 보행자들의 안전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고속도로와 국도, 도심도로를 운행하는 차량 대부분은 빨리 가기 위해 앞서가던 차량을 비켜달라며 경음기를 사용하는가 하면 무리하게 추월하는 등 곡예운전으로 다른 차량운전자들을 사고 위험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초보운전자가 서행할 경우에도 일부 운전자들은 ‘비켜달라’는 뜻으로 경적을 울리는가 하면 추월한 후 앞서가면서 초보운전자의 차량 운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빈발하는 등 교통질서를 크게 어지럽히고 있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보행자도 조급한 행동으로 교통사고를 유발하는데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차량 통행이 많은 횡단보도에서 적색 불이 켜 있을 경우에도 일부 보행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건너려다 자동차 운전자를 놀라게 하는가 하면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를 무단횡단하다가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공항의 에스켈러이터 위에서 뛰는 사람은 한국인이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데도 도착전부터 문이 열리는 버튼을 누르는 이는 한국인이다. 한국사람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국경을 가리지 않고 한국사람이 지나는 어느 나라, 어느 곳에서든지 쉽게 목격할 수 있는 한 단면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유형은 차대 사람 1천920건·사망 151명, 무단횡단 등 보행자 과실 3건·사망 1명, 차대 차 7천157건·사망 218명, 차량 단독 490건·사망 77명 등이다.

반면 교통문화 선진국중 하나인 일본에서는 우리나라 운전자나 보행자처럼 ‘빨리빨리’ 가기위해 경적을 울리거나 신호위반, 도로 무단 횡단 등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제한속도가 80㎞인 고속도로에서 과속운전을 하며 추월하려는 운전자나 무단횡단을 하는 보행자는 눈에 띄지는 않는다.

심야에 한적한 도로를 달리는 운전자 대부분은 빨간 신호등이 켜지면 멈춰다가 녹색 신호등이 켜지면 신호 방향에 따라 달린다.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심도로에서도 앞차가 서행할 경우 ‘비켜 달라’며 경적을 울리는 소리는 거의 듣을 수 없다.

차도가 좁은 도로에서도 보행자들은 횡단보도에 녹색신호가 켜진 후 통과하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다. 많은 보행자들이 몰리는 도심에서도 지나가는 통행인끼리 거의 부딪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일상생활에 남을 배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일본인들이 이같이 선진교통문화를 생활화하고 사소한 일에서 남을 배려하는 것은 모든 일을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박영순씨(56·동경)는 “일본인들은 약속장소에 나갈 경우 30분 소요되는 거리라도 1시30분∼2시간 먼저 출발하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걸어갈 경우 시간에 쫓겨 뛰거나 차량을 과속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인처럼 여유를 가지고 일을 할 경우 교통사고 등 각종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고>전북지방경찰청 양희기 경비교통과장

우리나라는 70년대 이후 신화적인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자동차 교통량은 폭발적인 증가를 기록하였다. 1970년 10만대 남짓이던 자동차의 수는 2007년 현재 2천13만여대에 이르러 37년간 무려 200배나 증가하였다. 같은 기간 인구 증가는 불과 1.5배, 도로연장이 3배가량 증가한 것에 비교한다면, 자동차의 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 같은 자동차의 증가는 국민생활 수준의 향상과 국가산업의 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필연적으로 교통사고의 증가와 교통혼잡,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증가 등 새로운 난제들을 안겨주었다. 교통사고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1991년의 경우 1만3천429명을 기록하여 하루평균 36.8명의 고귀한 생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교통량의 증가가 오히려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현상도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교통안전법에 의거 1983년부터 교통안전 기본계획을 매 5년 단위로 수립·시행하고 있다. 각 부처는 매년 이에 따른 교통안전시행계획 및 세부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는 등 교통후진국의 오명을 벗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좁은 국토와 빈약한 국가재정 등에서 오는 한계와 제약이 있어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2001년 이후 교통사망사고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선진교통문화정착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나마 갖게 하고 있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는 총 6천327명으로 2000년 보다는 무려 38.1%(3천909명)가 감소하였고, 2001년도에 20.9%(2천139명)로 큰 폭으로 감소했지만,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연평균 4.4%씩 감소하였고 또한 해마다 감소율이 둔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유형별로는 신호위반, 안전거리미확보 등 교통법규위반으로 인한 사고가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차 대 사람 사망사고율 비중이 37.6%로 주요 선진국에 비해 3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또한 교통사고 대처능력이 미흡한 어린이 사망자는 276명으로 다소 감소추세이나, 노인사망자는 1,731명으로 증가 추세에 있고, 어린이·노인·보행자 등 교통안전 취약계층의 교통안전도가 여전히 미흡하여 국가 이미지 저해 및 후천적 장애발생 등으로 사회문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감소효과는 지속적으로 추진한 도로시설 안전성 확보, 운전자의 지도·단속 홍보 강화, 자동차 안전도 개선, 보험제도 정비 및 응급체계 강화 등 종합적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교통사고예방을 위한 활동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함은 물론이나, 이제까지와 같은 방식으로는 감소효과를 기대하기는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감소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민의식 수준이 변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과속, 신호위반, 안전운전의무위반 등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운전습관은 사라져야 할 때이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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