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성현아 "화완옹주는 빈틈 많은 여자"
'이산' 성현아 "화완옹주는 빈틈 많은 여자"
  • 김정훈
  • 승인 2007.11.30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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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이산' 제작발표회에서 성현아가 포토타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처음에는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독한 악역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에요. 약간 철도 없는 것 같고 굉장히 빈틈이 많은 여자입니다.” 지금껏 사극에 등장한 악역 중 제일 화려하지 않을까 싶다. MBC TV ‘이산’에서 세손을 궁지로 몰아넣는 화완옹주는 옹주 신분인 탓에 고급스럽고 품위 있는 의상과액세서리로 치장하고 그에 걸맞은 화려하고 귀티 흘러내리는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전형적인 팜파탈도 아니다. 왕실에서 곱게 자란 탓에 나약한 면도 많다.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전전긍긍하고 아버지의 사랑을 잃을 위기에서는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낸다.

화완옹주를 맡아 연기자로서의 진가를 새삼 발휘하고 있는 성현아(32)를 29일 오후 한 광고 촬영장에서 만났다. 요즘 ‘이산’이 ‘쪽대본’ 신세인 까닭에 일주일 내내 촬영에 매여 있는 그는 잠이 부족한 상태. 12월9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그러나 결혼은 가장 바쁠 때 한다는 말이 있듯, 그는 화완옹주로많은 사랑을 받을 때 웨딩마치를 울리게 됐다. 그뿐만 아니다. 최근 스페인 말라가 영화제에서 영화 ‘첼로’로 여우주연상에 뽑혔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모델이자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 중인 의류브랜드 레자인이 사업을 확장하는 등 경사가 겹쳤다.

“잠을 못 자 정신이 없다”는 그는 “결혼식이 코앞인데 아직 신혼집도 못 정하고있다. 결혼식 치르고도 계속 촬영을 해야 하니 ‘이산’ 끝날 때까지는 제대로된 신혼생활을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화완옹주는 극중 세손(이서진 분)이 왕위에 오른 후에도 계속 드라마에 등장하는 것일까.

“그러게 말이에요. 이병훈 PD님이 제가 드라마 끝까지 나온다고 하시네요. 정조등극 후에는 유배를 가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는대요. 사료에 따르면 화완옹주는 순조 때까지 살았다는군요. 유배 가서도 무슨 모략을 꾸밀지는 모르겠어요(웃음).”

성현아는 작품에 앞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가 화완옹주에 대한 공부를 다방면으로 시도한 것은 물론. 그러나 안타깝게도 옹주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았다.

“정말 많이 찾아봤는데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더라구요. 그나마 정확한사료는 없고 온갖 말만 분분해요. 다만 확실한 것은 아버지 영조의 극진한 사랑을 받았고 그로 인해 주변에 청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잡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도 고통의 연속이에요. 뭔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안 잡혀요. 처음에는 촬영하러 오면 울렁증까지 생겼다니까요. 잠을 못 이뤘을 정도예요.

단순히 강한 여장부도 아니고 전형적인 요부도 아니에요. 악역으로만 그릴 수 없는 인물이에요. 아버지에 대한 사랑도 진심이구요. 비 맞으며 석고대죄할 때는 감독님이 ‘더 진실하게 거짓말을 하라’며 계속 재촬영을 하셨는데 참 힘들었어요. 격하게 변명하는 연기가 어렵더라구요(웃음).” 그러나 그의 ‘엄살’과 달리 화완옹주를 연기하는 성현아에 대한 반응은 무척 좋다. ‘이산’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연기파 배우 화완옹주 성현아’(정경화), ‘영화나 현대극 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포스가 느껴진다’(김하얀), ‘악역으로는 성현아 최고!’(임수연) 등의 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견미리 선배님이 ‘대장금’ 할 때 분장만 하고 나면 진짜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번에 제가 그래요.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제 표정이 바뀌어 있더군요.” 화완옹주를 연기하며 스스로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외견상으로 그는 ‘성현아도 한복과 쪽진 머리가 어울린다’는 점을 과시하는 부수적인(?) 성과도 얻었다.

“쪽진 머리를 처음으로 해보는데 처음에는 어찌나 어색하던지 표정도 제대로 못지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원래부터 제 머리 스타일이 이랬던 것 같아요. 또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결혼식 앞두고 별도로 머리를 신경 쓸 일은 없에 됐어요(웃음).” 의상 역시 사가의 한복과 궁중 한복의 경계에서 최대한 화려한 한복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그는 “등장인물 중 옷이 가장 많다. 한복으로 한껏 멋을 부리며 극중에서패션쇼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성현아는 이병훈 PD가 연출한 ‘허준’(1999~2000)에 의녀로 출연했던 인연으로 ‘ 이산’에서 이 PD와 다시 만나게 됐다. 사극 출연이 처음이 아닌 것. 그는 당시 주인공 황수정과 의술 경합을 벌이는 뛰어난 의녀로 출연했다.

그러나 그는 “벌써 8년 전의 일인 데다 중간에 투입돼 한두 달 출연하다 갑자기사라지는 캐릭터여서 이번 ‘이산’이 첫 사극이나 마찬가지다. ‘허준’ 때는 어떻게 연기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쑥스러워했다. “악역이라 에너지가 참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다른 작품 할 때보다 배 이상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더 못되게 해야 드라마가 사니 힘을 더 내야죠. 상복 정말 없는 제가 상을 받은 것도 힘내라고 그런 것 같아요(웃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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