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다국적기업 천국 아일랜드
⑤ 다국적기업 천국 아일랜드
  • 장정철
  • 승인 2007.11.2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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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다국적 기업유치로 국가위기 모면
▲ 더블린 시내 중심가
세계적 금융중심지인 아일랜드가 연구개발(R&D)에 목을 메는 이유는 초기 아일랜드에 진출했던 단순 생산 방식의 외국 공장들이 좀 더 싼 인건비를 찾아 동유럽으로 떠나면서 배운 교훈 때문이다.

엔터프라이즈 아일랜드(EI)의 R&D허브 전략은 원할 경우 고급 인력을 언제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내재됐기 때문에 가능했다.인텔 시스코 등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다국적기업이 진출하면서 우수 R&D 인력이 배출됐고, 자연스럽게 이들이 창업으로 또 다른 벤처기업을 세우면서 새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EI의 한 관계자는 “세계 각국 우수 인력이 기회의 땅, 꿈의 땅인 아일랜드로 유입되고 있고 양적, 질적으로 성장한 고급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아일랜드 대학 졸업자들도 더 이상 일자리를 찾아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아일랜드는 세계가 놀랄 만한 급성장을 이뤘고 국제 금융센터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연평균 8%에 이르는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한 때 유럽 최빈국에서 이제 열 손가락안에 드는 부국,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일자리도 크게 늘면서 한때 200만명대 후반이던 아일랜드 인구는 이제 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성큼성큼 유럽의 타이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무엇보다 경제 성장의 기틀에는 아일랜드개발청(IDA)과 엔터프라이즈 아일랜드(EI)가 단연 대표 케이스로 막중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산업개발청은 투자유치기업을 선정하고 투자환경을 홍보함은 물론 공장설립지원과 사후관리 등을 책임졌다.

경이적인 경제성장의 원동력으로 전환시킨 EI는 수도 더블린뿐만 아니라 지역 10여 곳에 사무실을 두고 중소기업 창업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했고 외국에서 성공하는 기업을 만들어내기 위해 세계 각국에 지사 30여곳을 두고 있다.이를 반영하듯 아일랜드는 향후 5년에 걸친 기업환경 경쟁력에 대한 국제평가에서 10위를 기록, 한국의 25위와 대조를 보였다.

국제적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2008-2012년 82개국 기업환경 경쟁력을 평가, 순서를 매긴 결과 1위는 덴마크가 차지했고 미국은 9위, 아일랜드는 10위, 한국은 25위에 자리잡았다.아일랜드는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고실업, 저성장, 고물가의 삼중고 속에서 자본이 급격하게 유출되는 등 국가붕괴위기라는 국난 상황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노사정이 ‘국가재건을 위한 사회적 협약’을 맺은 것을 계기로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와 지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강국이 됐다. 아일랜드는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선진국이지만 1990년대 내내 연평균 무려 7∼8%의 고성장을 달성하고 있다.아일랜드는 정부의 적극적인 외국인투자유치 정책의 성공에 힘입어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제약업, 국제금융 서비스업등 첨단 산업과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초고속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1993년 무려 15.5%에 이르렀던 실업률을 단기간에 극복하고 역동적인 산업발전과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으며, 오늘날 동아시아의 고도성장국가를 지칭하는 타이거라는 별칭을 얻어 ‘켈틱타이거’라고 불린다.

더블린에 국제금융센터를 설치하여 외국 금융 기관들을 유치, 개방정책을 편 것이 주요했다.가장 큰 결단은 정부, 근로자 , 노동조합이 내린 사회협약의 체결이었다. 이 사회협약은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대신 개인소득세율을 내리자는 제안이었다.

매 3년마다 경신되는 사회협약의 체결로 임금과 노사 관계가 안정되고 재정적자가 줄어들자 아일랜드는 외국기업을 끌어들일만한 조건을 갖추게 되었고 세계 경제, 특히 미국 경제의 호황으로 미국 기업의 아일랜드 진출이 증가하자 아일랜드 경제는 외자 유치를 통해 본격 적인 성장궤도를 달렸다.

적극적인 문호개방과 노사정 협약, 국민들의 이해, 법인세 등 세금 대폭 감면, CEO들의 의지 등이 맞물리는 ‘아일랜드식 기업유치’가 바로 그 비결이었다.

노사간에 서로 자기들 입장을 내세우기 보다는 한발짝 씩 물러서는 양보와 타협이라는 평범한 상생 정신이 경제 성장의 기틀이 됐음을 물론이다.

<인터뷰>  IDA(산업개발청) 대외 담당관 ‘브레단 하르핀’ 이사

아일랜드는 지난 80년대까지만 해도 각종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어왔습니다.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도 갈 곳이 없었던 젊은 인재들이 영국이나 미국, 독일 등 해외로 눈을 돌렸고 급기야 인구 감소라는 악순환까지 겹쳤습니다.

18세기 아일랜드 대기근 때 무려 100만명이 죽고,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외국으로 떠났던 아픔이 되살아 난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는 학생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과감한 규제 해제와 혜택을 통한 외자기업 유치에 열을 올렸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90년대 들어 점차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정부, 국민, 기업 대학 등이 하나가 돼서 경제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국민들이 일자리를 찾아 외국으로 떠나지 않아도 됩니다. 급성장한 경제로 일자리가 넘치기 때문이지요.

IDA는 아일랜드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가와 국민의 대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에게 그야말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다만 IMF 이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쉽습니다. 한국기업들이 아일랜드에 진출할 경우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혜택은 물론 직원 채용, 현지 교육 등에 있어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배려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련 공무원들에게도 아일랜드 정부가 아닌 아일랜드 주식회사 직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 달라고 항상 주문하고 있습니다. 공무원 특유의 권위의식을 탈피, 민간 마인드를 접목시켜 기업 업무를 맡고 있는 아일랜드 공무원들에 항상 상기시키고 있지요.

이런 문화가 정착된 데에는 무엇보다 공무원 개인의 노력은 물론 상급 기관의 간섭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율성을 보장하는 시스템 변화가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IDA도 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정부 기관이지만 상급 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외국기업과 유연하게 협상을 벌일 수 있는 독립단체나 다름없습니다.

<기획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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