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경 "아나운서도 망가질 수 있다니까요"
박은경 "아나운서도 망가질 수 있다니까요"
  • 박공숙
  • 승인 2007.11.15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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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나운서들에게는 ‘망가졌다’가 아니라 ‘ 망가질 수도 있다’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나운서들의 연예 프로그램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를 두고 아나운서의 품위를손상시킨다는 지적도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 박은경(31) 아나운서가 “아나운서의 예능 프로그램 투입은 아나운서가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이 아닐까 싶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그는 ‘일요일이 좋다-기적의 승부사’ ‘육감대결’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등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이 눈부셨다. 예능국 PD들이 ‘섭외 1호’로 생각하는 아나운서.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해도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는 덕분에 PD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그는 예능 프로그램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에 시달린다.

소위 ‘악플’ 때문이다. 1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탄현 SBS 스튜디오에서 만난 박은경 아나운서는 “제가소심하고 간이 작아 악플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PD들은 녹화 끝나면 ‘정말 좋았다’고 칭찬했는데…”라며 속상해했다. 이날도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녹화를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는데 제작진은 그의 이날 활약에 ‘대박’이라며 고무된 분위기였다. “요즘 아나운서들이 예능프로그램에 나오면서 ‘아나운서 시대’라고들 하는데 사실은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위기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나운서는 투입되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많아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여러 방면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하죠.

그런데 요즘은 사회가 점점 전문화를 요구하고 있잖아요. 두루두루 얕게 아는 사람보다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각광받는 시대가 되다보니 아나운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전문가들이 말을 잘 못했기 때문에 아나운서가 진행을 도왔지만요즘엔 영상시대라 그런지 다들 말도 잘하고 외모도 잘생겼다”며 “아나운서의 전문은 말을 하는 것인데 말을 잘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 같다”고말했다. 뉴스는 기자가 진행하고 예능 프로그램은 연예인이, 교양 프로그램은 말 잘하는전문가, 라디오는 가수들이 마이크를 잡는 현실이 됐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옛날 생각만 고수하다가는 아나운서가 ‘지금은 몇시 몇분입니다’ 라는 말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겨나는 거죠. 그래서 다들 전문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스포츠뉴스를 파고드는 것도 그 때문이구요.” 최근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숨겨뒀던 ‘끼’를 발산하고 있지만 사실 박 아나운서는 스포츠뉴스를 진행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2005년 4월부터 ‘SBS 스포츠뉴스’ (오후 8시45분)를 진행해온 그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똑부러지는 진행 솜씨가 스포츠뉴스의 주 시청층인 남성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스포츠뉴스는 제가 웃으며 진행할 수 있어 참 좋아요. 제가 웃음이 많은데 일반 뉴스프로그램은 그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반면 스포츠뉴스는 활짝 웃으며 하는 게 더 어울리잖아요. 또 스포츠를 좋아해요. 남자 형제들 틈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스포츠를 즐겼거든요. 스포츠뉴스 진행을 맡은 후에는 경기장을 쫓아다니며 직접보고 배우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가 처음부터 스포츠뉴스 진행을 자원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봄 개편을 앞두고 뭔가 변화를 크게 주자는 생각에서 스포츠뉴스를 여자 아나운서에게 맡긴 것 같아요. SBS 아나운서국에서 제가 뽑힌 것은 순전히 제 목소리가 여자 아나운서들 중에서 가장 컸기 때문이구요(웃음). 사실 그 전에도 큰 스포츠 경기를 진행하긴 했지만 딱히 스포츠뉴스를 맡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하고 보니 제 성격이락 딱 맞더군요. 밝고 건강하고, 무엇보다 때 되면 밥을 꼭 챙겨먹어야 하는 ‘밥순이’라는 점이 스포츠와 어울리지 않나요?(웃음)” 그는 스포츠뉴스 진행자로서 스포츠 전문기자 못지않은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가 일반 여성분들보다는 스포츠에 대해 아는 게 많다고 자부했는데 프로그램을 맡고 보니 기자들에 비해 너무 아는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자기 몸에 꼭 맞는 옷을 찾기가 힘들잖아요. 스포츠뉴스는 가능하면 계속 하고 싶습니다.” 서울대(의류학과) 재학 시절부터 빼어난 외모로 뭇 남성들을 설레게했던 박 아나운서는 2000년 SBS 공채 8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입사동기인 ‘불량커플’의 이명우 PD와 2002년 결혼한 6년차 주부인 그는 “대학 때까지는 엄한 가정에서 모범생으로 자랐는데 남편이 워낙 재미있는 사람이라 결혼하고 제가 많이 바뀐 것 같다. 부부가 닮아간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앞두고는 남편과 상의해가며 준비한다”며 웃었다.

그는 현재 ‘SBS 스포츠뉴스’ 외에 ‘토요특집 모닝와이드’ ‘얼쑤! 일요일 고향 愛’와 SBS 라디오 ‘러브FM 80-90’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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