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 가슴에 묻어둔 아들 만나는 박보배 할머니.
50년간 가슴에 묻어둔 아들 만나는 박보배 할머니.
  • 남형진
  • 승인 2000.08.08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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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백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둔 내 새끼를 만나게 됐어, 그동안 살아있
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아들 강영원(66)씨가 죽은 줄 알고 제사를 지내왔던 박보배(90 영세
명 박마리아 전주시 덕진구 인후동)할머니는 지난달 17일 북쪽에 아들
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뒤 줄곧 마음속으로 기도해왔다.
매일 새벽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안 벽에 걸려있는 십자가와 성모상을
향해 죽기전 아들의 얼굴이라도 한번 볼 수 있기를 간절히 고대했다.
지하에 있는 우리 영감이 이 소식을 들으면 얼마나 기뻐할까, 그때
너무 형편이 어려워 화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못내 후회스럽구먼
박할머니는 큰아들 영원씨가 찾아가 절이라도 올릴 남편의 산소를 만들
지 못한 후회감에 가슴을 내리쳤다.
오래전 희미한 기억속에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돈 벌어 온다고 집을
떠날때 내가 말리지 못한것이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는 박할머니는 가마
솥에 쪄 놓은 감자라도 먹여서 보냈으면 이토록 미안하지는 않았을텐
데... 라며 주름진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자식을 가슴속에 묻고 50년을 한결같이 한과 눈물로 지새워야 했던 박
할머니, 남편 마저 먼저 보내야했던 인고의 세월.
아들에 대한 지극한 모정에 하늘도 감동한듯 90세 노모의 품으로 환갑
을 훨씬 넘긴 아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주위는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박할머니는 지난 4월 지병으로 세상을 등진 작은 아들 수원(64)씨도
형이 돌아온다면 꿈속에서라도 나타나 반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영원씨의 여동생 순자(61)씨도 오빠를 다시 만날수 있다니 정말 믿겨
지지 않는다 며 어렸을적 희미한 기억이지만 단번에 오빠를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고 말했다.
박할머니는 지난번 TV를 통해 방송된 남북고위급 회담을 볼때마다 너
희 삼촌이 왔다 며 기뻐했다고 가족들은 전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언제 우리 영원이를 만날수 있느냐는 질문을 되풀
이 했다는 박할머니.
아들을 그리워하는 애끓는 모정의 깊이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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