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춘추]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이들에 대한 조력
[전북춘추]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 이들에 대한 조력
  • 박성수 전주대학교 총장
  • 승인 2000.08.09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는 11월 15일 치뤄지는 2001학년도 대입 수능 시험이 100일 남짓 남았다.
수험생은 말 할 것도 없으려니와 수험생을 둔 학부모까지 긴장과 불안이 고조되어 가고 있다. 수험생들은 이 여름밤의 더위처럼 짜증스런 일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성적은 오르지 않고 부모의 기대는 날이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결전의 날은 어김 없이 하루 하루 다가 오기 때문이다.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려가며 마음을 추스리고 결연한 의지를 확인해 보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우리 나라 청소년 가운데 대부분이 공부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잘 한 대로 못하는 학생은 못한 대로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중˙고생 2,030명을 대상으로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연구한 결과를 보면 그 첫 번째가 '공부˙성적문제'로 36.3 %가 고민한다고 응답했고, 두 번째가 '진학 및 진로문제'로 25.7 %가 고민한다고 응답했으며, 그 다음은 '성격문제'가 6.4%, '이성문제'가 5.7 %, '친구문제'가 5.1 %, '고민이나 걱정이 없다'가 4.5%로 나타나고 있다. 이 밖의 많은 연구기관에서 발표한 연구결과에서도 청소년들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민하고 있다는 결과는 높은 비율의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결과는 신기할 것도 없고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어른들은 왜 청소년들에게 이들의 마음을 녹여주고 풀어주는데 지금까지 인색하게 지내고 있는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학창시절에 그런 시절을 겪는 것은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쩌면 자신이 그 어려웠던 시절을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용케도 잘 극복했노라고 자랑삼아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의 생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꼭 부모의 도움이 없었더라도 친구나 주위, 혹은 어느 누구의 조력이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상담까지는 아니었더라도 또래들의 조력이 있었을 것이다. 공부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한 여름밤의 소나기처럼 잠시 시원한 시간, 상쾌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행사가 지난 8월 10일 전북 무주 구천동에서 있을 예정이다.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주관한 '전국 또래상담자 활성화 대회'이다. 어른이나 선생님에게 할 수 없는 이들만의 이야기가 소중히 들리는 대회이다. 내담자가 친구요 상담자가 친구인 이들의 관계는 거울 앞에서 자기 자신을 보는 거와 다른 바가 없을 것이다.
마음의 구석까지 전부를 펴보이고 친구의 고민을 하나 하나 들어주거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이 얼마나 격의 없는 일일까. 청소년들의 고민을, 그들의 문제를, 그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은 경직된 사고로, 고정된 잣대로, 자신의 눈높이로 대하지 말고 이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이들 속으로 파고 들어가야 한다. 요즘 청소년들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나 고민은 옛날보다 훨씬 더 큰 짐이 되고 있다. 작은 일에도 상심하고 성적이 떨어지면 자살의 충동까지 느끼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성적이 떨어지면 부모의 꾸중이 무서워 꾀를 부리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하여 친구들과 어울려 놀려는 학생,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질을 내는 학생, 잠시 잊기 위해 담배를 피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학생 등 여러 양태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수능 100일이 중요한 시기이다. 날이 갈수록 초조하고 불안한 수험생에게 시험에 대한 공포감을 갖지 않도록 포근하게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상호간의 신뢰와 인정을 바탕으로 모두가 상담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뿐 아니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청소년들에게 폭염이 찌는 여름나절의 소나기처럼 청량감을 주는 조력으로 상쾌한 여름을 나게 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