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으로 송환, 가족 만나게 되는 비전향 장기수들 가슴 설레...
북으로 송환, 가족 만나게 되는 비전향 장기수들 가슴 설레...
  • 남형진 기자
  • 승인 2000.08.21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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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출신 5명, 타지역 출신 도내 거주자 2명
벌써 마음은 북쪽 가족들의 품안에 가 있습니다
오는 9월 2월 판문점을 통해 북으로 송환될 도내 출신 비전향 장기
수와 도내 거주 송환 대상자들은 요즘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
같다.
꿈속에서도 그리던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가는 설레임에 벌써부터
귀향 가방을 싸놓고 송환될 날만을 고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방속에는 정성껏 마련한 북쪽 가족들 선물이 긴 헤어짐의 그리움
과 애절한 사연을 간직한 채 담겨져 있다.
21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오는 9월 송환대상 비전향 장기수는
모두 62명으로 이 가운데 전진(78 옥구출신) 신인영(72 부안출신)
손성모(71 부안출신) 고광인(66 고창출신) 이세균(79 장수출신)씨
등 모두 5명의 도내 출신자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고씨만 고창에 정착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
두 서울과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지역 출신으로 현재 도내에 거주하고 있는 송환대상 비전향 장기
수도 전창기(82 충남 천안출신)씨, 김영달(67 경북 영덕출신)씨 등
2명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북송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요즘 밤잠을 설치
고 있다.
무려 45년만에 북송을 기다리고 있는 전창기씨는 우선 시원 섭섭하
다 는 말로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 1955년 간첩으로 내려왔다가 붙잡힌 전씨는 23년간의 옥살이
끝에 지난 89년 9월 출소, 현재까지 군산시내 모교회의 도움을 받
아 홀로 생활을 해 왔다. 비전향 장기수라는 멍에 때문에 친척들도
반가워 하지 않았던 외로움의 세월을 전씨는 홀로 삭이며 북쪽으로
송환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려 왔었다.
그동안 형언할 수 없이 마음 고생을 하며 애타게 기다려 왔던 북송
이지만 요즈음 전씨의 마음 한켠에는 10여년동안 자신을 돌봐준 고
마운 사람들과의 또다른 헤어짐에 섭섭한 마음이 앞선다.
남파 당시 평안북도 삭주군 삭주면에 부인 윤순중(81)씨와 4남매
를 두고 온 전씨는 현재 생사여부를 모르는 가족들이 모두 무사히
살아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30여년동안 복역하고 지난 98년 출소했지만 현재 골수암으로 투병
중인 신인영(72)씨.
신씨는 전화를 통해 죽기전에 가족들 얼굴이라도 볼 수 있어 다행
이다 며 너무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서 자식들 얼굴이나 제대로 알
아볼 수 있으려는지... 라고 힘들게 입을 열어 혈육을 향한 애끓는
집념을 보였다.
나름대로 준비한 가족들 선물을 일일히 챙겨 보며 북송을 기다리
고 있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마음은 벌써 북쪽 고향땅을 달리고 있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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