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력회사가 미사일 기지에 단전
러시아 전력회사가 미사일 기지에 단전
  • 연합뉴스
  • 승인 2000.09.1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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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전력회사가 전기요금 체납을 이유로 전략미사일기지에
전력공급을 끊어 군대가 출동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대형 기
업, 정부기관, 군 등이 전력요금, 원자재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성적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통합에너지시스템즈(UES) 테코보 지사는 지난 11일 모스크바 북동
쪽 100㎞지점인 이바노보지역 전략로켓부대에 1천900만루블(6만8천
달러)의 전기료 체납을 이유로 전기공급을 끊었다. 유리 코즐로프
UES 테케보지역 지사장은 "지난 1년 동안 전기료 납부를 독촉했으
나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전략미사일부대는 이에 즉각 대응해 UES 테케보 지사에 군대를 출
동시켜 전력공급을 재개시켰다. UES 지사를 점령했던 세르게이 니키
포로프 중위는 "전기공급을 끊어서는 안된다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
했다.
이후 미사일부대는 전기료 체납 해소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동의했으며 UES는 향후 전기공급을 끊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UES는 러시아 최대의 전력기업으로 전기료를 현금 대신 물품으로
받거나 전력공급을 받는 회사와 상호 발생하는 비용을 상쇄해 기
업, 군대, 정부기관 사이에 만연해있는 바터 거래의 중심에 자리잡
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광범위한 바터거래 체제가 구소
련의 유산인 거대 기업체에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결과를 초래하
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군사시설은 단전 불가
능 대상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미사일부대에 대한 단전은 명백
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UES는 최고 경제사령탑을 지냈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부총리가 사
장이며 발전연료인 가스의 대금을 지불하지 못해 체납요금 해소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UES는 체납금 납부를 독촉하기 위해 병원, 관제
탑, 광산 등에도 단전을 단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 95년에는 전기회사가 북극 잠수함기지에 전기공급을 끊자 핵
잠수함의 원자로 냉각시설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군대가 이
전기회사에 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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