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전북경제-위기의 건설업
흔들리는 전북경제-위기의 건설업
  • 임병식 기자
  • 승인 2000.09.21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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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가 느끼는 불경기는 다른 업종보다 크다. 지난해보다 평
균 수주액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발주물량은 제자리인 반면 신규 업
체 증가가 원인이다. 한마디로 떡은 한정됐는 데 먹고자하는 업체
는 많은 셈이다. 여기에 수주난의 근본원인이 있다. 적정공사비를
밑도는 출혈경쟁, 그릇된 수주관행의 유혹이 시작된다. 고질적인 불
공정하도급, 잇따른 건자재 가격인상, 한건주의도 다른 원인이다.
올 8월말 현재 수주규모는 423건에 5천99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
의 386건 7천769억원과 비교할 때 수주건수는 37건(9.6%)이 늘었
다. 그러나 수주금액은 오히려 1천777억원(29.6%)이 감소했다. 소
액 공사만 늘었을 뿐 대규모 신규 공사가 전년보다 줄었기 때문이
다. 내실이 없다는 이야기다. 건설협회 전북도회 관계자는 연초 예
산이 대규모 공사의 경우 신규 발주보다는 완성공사 위주로 편성돼
수주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대부분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고 있다. 올들어
일반건설업체 등 10여개사가 부도로 쓰러졌다. IMF직후보다 적은 편
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부분이 멍들어 있다. 한건도 수
주하지 못한 업체가 벌반이상에 달한다. 시공현장이 없는 데 무한
정 인건비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당연히 인력감축이 뒤따른
다. 일반건설업체인 A사는 올들어 45명가운데 15명을 줄였지만 아직
도 버겁다. 지난달 부도처리된 전문건설업체 H사는 수개월동안 자금
난과 임금체불이 누적돼 온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돌아오는 월급날과 어음결제일이 숨막힌다고 경영주들은 말한
다. 직원들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 그렇지만 인위적인 수주는 한계
가 있다. 순창군이나 김제시, 부안해양수련원 등 잇딴 입찰비리는
무리수를 두다가 빚어진 결과이다.
그런데도 건설업체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IMF 직전인 97년 도
내 건설업체(일반 전문)는 1004개. 3년만인 이달 현재 1천582개사로
써 578개사가 늘었다. 매년 192개사씩 늘어난 셈이다. 업체난립은
입찰제도 변경과 완화된 면허등록기준에 있다. 사무실 보유 기준이
삭제돼 서류상으로만 법인을 유지하고 있는 업체도 상당수에 달한
다. 한건만 수주해도 1년은 버틸 수 있다는 한건주의도 업체난립의
원인이다. 통상 20%의 부금을 공제하고 일괄하도급을 주면 골치아프
지 않고 손쉽게 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불공정 하
도급관행이 끊이지 않는다. 부실공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건설업은 지역경제에서 적지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건설산업 활성
화가 필요한 것은 건설업이 실물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
다행히 올들어 지역업체의 공동도급비율을 최고 49%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돼 그나마 위로가 된다. 지역업체 몫을 늘리려는 노력
과 함께 부실업체를 솎아 내는 엄격한 퇴출제도 가동도 필요하다.
그롯된 수주관행을 바로잡고 적정공사비를 보전하는 하도급관행도
정착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건설업을 한탕주의로 착각하는 한건주의
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서로가 시장질서를 바로잡는 정화노력이 필
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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