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딸의 눈물
[특별기고] 딸의 눈물
  • 정종문 언론인
  • 승인 2000.09.2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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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자와 국군 포로의 송환을 요구하는 남한 국민의 열기에 얼마나 뜨거워지고 있는 가를 감지하고 화답의 폭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마땅하다.
그동안 남북 사이에 간간이 화해의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동진호 선원의 귀환 문제가 거론되기는 했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사탕발림이었다. 동진호 선원 문제가 실제로 남북회담에서 진지하고 심각하게 다뤄야 할 주요 의제로 취급된 일도 없었고 과연 우리측의 문제제기가 있었는지 조차 의심스럽다. 그 점에서 납북자와 국군 포로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약속이 주목을 끈다. 지난 93년 문민정부의 고위 관리가 비전향 장기수인 이인모 노인을 보낸 후 동진호 선원의 가족을 찾아가 이에 대한 북한측의 화답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안하다는 제스처에 불과했고 끝내 화합은 없었다. 초기의 문민정부가 뚜렷한 대북 인식을 갖고 북한에 억류된 동진호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졌더라면 사정은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었다.

남북문제 인권사항
남북 문제는 국제 사회가 공통으로 주시하는 중대한 인권 사항에 속한다. 일본과 북한의 수교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가 없었다면 지금쯤은 북한과 일본의 수교협상이 크게 진전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8년 전 일본이 수교회담자리에서 일본인 납치의혹 문제를 제기하자 '그런 일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와 버렸지만 일본은 끝까지 자국민의 인권문제를 양보하지 않았다. 결국 북한은 7년만에 일본과 수교협상을 재개하면서 일본인 납치의혹문제에 관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느 나라든 '행방 불명자'문제는 있을 수 있다는 선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인권문제에 관한한 미국의 입장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은 테러 지원국의 명단에서 지우지 않는다면, 북한과 미국의 관계개선 문제가 쉽게 매듭 될 수 없다. 납북자 문제는 바로 테러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려는 북한의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호응을 받으려면 먼저 테러 지원국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이를 위해 북한은 먼저 납북자 문제와 같은 인권의 덫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동진호 선원을 하루 빨리 돌려보내야 할 또 하나의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성원이 중요
이번에는 동진호 선원들이 돌아 올 것인가. 그 결정은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지만 북한의 태도 못지 않게 중요한 요인은 우리 국민의 하나같은 성원이다. 실상은 어떠한가.
어로장의 맏딸 최씨의 탄식을 들어보자. "북으로 가기 몇년 전부터 비전향 장기수들은 남북한 인권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북에 있는 가족들과 서신을 교환했고 최근에는 북한에 있는 딸과 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들은 남북한 어디에서나 외면 당해 버렸습니다."
불공평하다. 납북자 문제는 그 딸의 주장처럼 정말로 남북한 정부로부터 버림받은 인권의 사각지대에 박혀있는가.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적어도 우리 정부, 우리 국민으로부터도 버림받았다는 원망은 듣지 말아야 한다.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을 둘러싼 인도주의 문제에는 큰소리치면서 북한 땅에서 침해당하고 있는 우리 국민의 인권과 인도주의 문제에는 침묵한다면, 그것은 불공평하다 못해 괴이하다. 북한의 인권을 말한다해서 냉전 수구적인 발상이라고 몰아 칠 수는 없다. 오히려 프랑스, 일본, 미국의 좌파 지식인과 언론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에 침묵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동진호의 선원과 납북자, 그리고 국군 포로를 데려올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우리 국민 전체가 한마음 한목소리로 말하는 힘, 그 속에 있다. 더는 침묵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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