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담겨지는 동화
가슴에 담겨지는 동화
  • 이민경 덕진삼성어린이집 원장
  • 승인 2000.12.13 09: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온 가족이 앉아 TV를 보고 있을 때 아이가 동화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른다. 때때로 나머지 가족은 옆에서 TV를 보고 있고 엄마가 옆에서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힐끔힐끔 TV화면에 신경을 쓰면서 읽어주자니 동화읽는 데는 소홀하게 되며, 반대로 엄마가 읽어주는 도중에 아이가 화면으로 다시 눈을 옮겨가기도 한다. 부모와 아이는 이미 내용을 잘 알고 있기때문에 건성건성 읽기도 한다.
아이가 방에 가득 쌓여 있는 책이지만 한 권이라도 가슴에 담겨지도록 공들여 읽어주었을까? 한 권이라도 함께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 보았을가? 빨리 빨리 술술 읽어주고 '끝~'하면서 내일 또 읽어준다는 약속을 남발하며 책장을 덮지는 않았을가? 우리 주변에는 이제 너무나 많은 읽을거리가 쌓이게 되었다. 어떻게 읽어주는 것이 좋을가? 다음의 몇 가지를 생각해 보자.
첫째, 나이에 맞는 내용을 선택한다. 대개 3세아 정도라면 사물이 간단하게 몇개씩 그려저 있는 것이 좋으며, 4세아 정도는 4~5쪽 정도로 줄거리가 짧은 간단한 이야기가 좋다. 연령에 따라 수준을 조금식 높여가되 쉬워서 자주 손에 들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책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또 가족, 일상생활, 자연, 과학, 환상이나 모험, 환경, 역사, 사회경제 개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조용한 분위기를 만든다. 되도록이면 TV를 끄고 책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일정한 장소를 정해놓고 그곳에서만 읽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책의 크기와 분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언제 어디서라도 쉽게 읽어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때로는 조그만 아이용 텐트 속, 커튼을 달고 아늑하게 만든 방의 귀퉁이, 편안한 소파 한쪽 어느 곳에서라도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라면 가능할 것이다.
셋째, 책장을 천천히 넘긴다. 줄줄 읽어주기보다는 아이와 함께 천천히 책장을 넘기는 망므으로 여유있게 읽는다. 또 아이가 직접 책장을 넘기는 재미를 느끼게 하는 것도 좋다. 그러는 동안 그림, 삽화, 글씨 등을 나름대로 종합하며 풍부한 상상을 할 시간을 갖기때문에 오히려 이해도 빠르게 된다.
넷째, 되도록이면 자주 읽어주는 기회를 갖는다. 동화를 자주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두 부모 자신도 바쁘다 보면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또 어떤 엄마의 경우에는 읽어줄 수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부담이 되지 않는 분량을 선택하여 하루에 한 권씩이라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조그만 크기의 책을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니며 틈이 날 때마다 읽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를 기다리는 동안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면 적어도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실감나게 읽어준다. 요즘은 아이들의 녹음 테이프를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사실 테이프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필요로 한다. 혼자서 앉아서 듣는 이야기보다 엄마의 목소리를 통한 사람과의 교감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이다. 실감나게 한다고 해서 손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온몸을 움직이기보다는 산만하지 않은 범위에서 표정, 몸짓, 손짓과 목소리, 억양 등으로 거들면 보다 효과적이다.
여섯째, 책에서 보고 들은 것을 얘기해 본다. 책을 읽고 나서 간단한 질문을 해본다. 한 두마디 물어보아 대답을 못한다고 해서 하나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나치게 물어보면 싫증이 나므로 이야기의 사실이나 내용 전체에만 초점을 두지 말아야 한다. 나이가 어릴수록 "어떤 동물이 좋으니?" "무엇이 재미있었니?"와 같이 간단히 물어봄으로써 생각나는 것을 회상하도록 한다.
어린시절에 읽은 한 편의 동화가 평생동안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경우를 본다. 동화책은 분명 넓고 깊은 삶의 세계에 동참하게 하는 문화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동화책이 많다고 해서, 또 많이 읽어주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기보다는 어떻게 읽어주고 있는가 되돌아보자. 한 권이라도 아이와 함께 주인공을 따라 동화속의 세상에 들어가 상상의 세계를 날아가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