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절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절망하고 있다.
  • 임병식기자
  • 승인 2000.12.13 14: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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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장밋빛 남은건 절망뿐''. 올 한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던
개인투자가들의 심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서울증시는 올 1월3일 개장 첫날 1028포인트로 출발하면서 많은 개
인투자가들을 끌어들였다. 관망세에 있던 개인투자가들도 IMF를 조
기 졸업했다는 정부의 섣부른 경기회복론을 믿고 앨도라도의 꿈을
안고 뛰어 들었다. 펀드매니저들도 질세라 갖가지 전망을 쏟아 냈
다. 증권회사들 역시 탐욕을 감추지 않고 영업점을 잇따라 개설하
는 등 주식을 최선의 재테크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내리막길을 걷던 국내증시는 1년이 채안된 10월31일에는 서
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483.5포인트로 주저앉았다. 종합주가지수
로만 따져볼 때 정확히 반토막이다. 매매기법과 정보력에서 열세에
있는 개인투자가들은 그 이상을 날렸다.
실례를 들어보자. 30대 후반의 직장인 이모씨(37)는 지난해 4월 5
천만원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3개월만에 1천200만원을 버는 등 그런
대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올들어 데이트레이더로 전환한 이후 사고
팔기를 거듭하다보니 원금은 3천만원으로 줄었다. 조바심이 난 이씨
는 원금회복을 위해 처가에서 4천만원, 대출금 3천만원을 합쳤다.
총 투자원금이 1억2천만원으로 불어난 셈이다. 그러나 올 6월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급락장세에서 끝내 원금을 회복하지 못하
고 지난달 최종 손을 털었다. 손에 쥐어진 돈은 2천600만원.
병진(丙辰)년이 보름여 남았지만 막대한 원금손실과 빚더미로 참담
하다. 마땅하게 호소할 곳도 없어 명치끝이 체한듯 묵직하다. 처가
에서 빌린 돈 때문에 아내와 불화가 잦다.
국내증시는 7월중순부터 급격히 하락했다. 경기논쟁이 본격화되고
나스닥과 반도체가격 하락, 유가급등, 구조조정 본격화 등이 주원인
이었다. 시장은 팔기회를 준 셈이지만 개인들은 매도시기를 놓쳤
다. 열악한 매매기법과 그럴듯한 헛정보를 좇고, 설마하는 미련은
끝내 바닥까지 내몰렸다. 거래대금과 고객 예탁자산이 급감해 증권
마다 울상이다.
대우증권 전주지점의 경우 예탁자산은 연초 250억원에서 140억원으
로 급감했다. 그나마 대우증권 전주지점은 나은 편에 속하며 대부
분 증권사들이 30~50%까지 줄었다. 도내 증권사의 전주 익산 군산지
점의 거래대금도 7월중 4조200억원에서 11월 현재 2조5천여억원으
로 4달만에 무려 1조7천여억원이 줄었다. 개인투자가들은 이제 절망
을 안고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다.
엄기범 대우증권 전주지점장은 국내증시는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 확산과 원유가급등, 반도체가격 급락 등 예기
치 않은 외부요인이 맞물리면서 급락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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