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대담 - 전주서문교회 서은선 목사
신춘대담 - 전주서문교회 서은선 목사
  • 이승철 기자
  • 승인 2000.12.30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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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한파가 채 가시지 않은채 새해를 맞는다. 여기저기서 들려오
는 기업의 도산소리, 실직가장과 그 가족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하
루가 다르게 오르는 물가 등으로 신년벽두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을
씨년스럽기까지한 신사년(辛巳年) 새해 아침. 새로운 세기를 맞는다
고 막연한 기대감에 기대어 야단법석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 새해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같이 새로운 감회가 있다. 칼바람과 눈보라속에
서 크는 새싹과 희망 따뜻함이 있어 세상살이의 맛이 더욱 깊어지
기 때문이다. 2001년 한국은 어디에 위치해 있으며 어디를 향해 가
야하는 것일까. 本報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으며 반세기 가까이 목
회생활을 이어온 서은선목사(전주서문교회)를 초청, 종교지도자로
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좌표와 해법 등을 들었다. <체자키워서>

- 경제사정도 경제사정이지만 재물의 유무를 떠나 모두 죽을맛이라
는 표현입니다. 가치 혼돈, 척도의 난립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우리사회 정신적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국제유가 상승, 주가하락 등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이 대단히 어렵
습니다. 금융계나 기업들의 구조조정으로 앞으로 실업자들이 더 늘
어나 불안은 더 가중될 것입니다. 이는 IMF를 우등으로 극복했다는
도취감에서 정부가 기업이나 금융구조조정에 대해서 너무 빨리 안이
하게 대처하고 국민들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하다가 이같은 곤경에 빠진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같은 경제위기
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오늘의 경제실정을 국민앞에 소상히 알리
고 국민들은 3년전 IMF를 맞아서 이를 극복했을 때의 정신으로 돌아
가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모두 국토와 자원은 적고 인구는 많은 우
리나라의 열악한 여건을 항상 인식, 근면성실하고 과소비를 삼가
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단기 경기호황에서 자
만하거나 자긍하지 말고 국민도 이에 발맞추어 분에 넘치는 생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새로운 세기라 하지만 아직도 불신과 비효율등 사회가 정상적으
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제동요인이 널려 있습니다. 우리의 체감시계
가 자정을 뚫고 햇빛 따사로운 정오를 맞기위해 필요한 마음이라면
어떤 것일까요.
▲우리나라는 역대정권의 경제성장 위주의 정책과 그 추진과정에
서 모든 국민의식이 경제 제일주의로 체질화되었습니다. 그래서 돈
앞에 정의도, 윤리도, 염치 예의도 실종되었습니다. 부정한 방법으
로 투기와 사기를 해서라도 돈만 모이면 대우받는 사회풍토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사회가 살 수 있는 길은 `국민의식의 개혁'입니다. 재물의 그
릇과 마음의 그릇을 비워 이웃에게 채워주는 공동체의식이 관건이랄
수 있지요. 부정한 방법으로 치부한 사람들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는 사회분위기 조성도 병행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 기독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는 그간 세상을 정화 또는 순화시키
는 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도덕과 윤리의 울타리역할을 해왔는데요.
새해 벽두에 되새겨야할 종교의 의미를 풀어 주신다면.
▲이 나라 종교인수는 국민의 80%를 넘는다고 합니다. 해방 후 우
리나라 역대정권에서 큰 부정 부패의 사건이 터질때마다 그 전면에
나타난 인물중 가독교인이 다소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참
으로 부끄러워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물론 사회 구석구석에서 훌
륭한 일을 하고 빛과 소금이 되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더 많지만 또
한 많은 교인들이 맛 잃은 소금들이 되어 있습니다.
종교인은 이 나라 양심의 마지막 보루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사랑
을 실천하고, 숨어서 봉사하고, 이 땅 위에 부정과 불의를 몰아내
는 일에 앞장서야겠습니다.
- 지난 2000년 종교계는 과거반성과 이를 통한 제2의 도약을 위해
바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담임목사 세습과 종
단 주도권을 둘러싼 반목 등 구태도 계속됐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종교계의 비전 제시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21세기를 맞아 기
독교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닌지.
▲종교가 환란과 핍박을 받으면 순수해지나 교세가 확장하고 비대
해지면 반드시 세속화되고 이권투쟁이 있게 됩니다. 또 일부 대형교
회에서 담임목사 세습이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나 그 과정이 교
인들의 자발적이고 합법적인 요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나쁘다고
만 단정할 수는 없고 가부장적인 기득권을 가지고 반강제적으로 이
루어졌다면 문제가 되겠지요.
지금의 시대 상황은 갖가지 범죄가 범람하여 혼란과 무질서, 불안
과 절망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모든 종교인들이 내부의 부끄러운 모
습들은 청산하고 이 나라 이 민족앞에 양심의 등불이 되고 나아갈
방향을 바로 제시하는 소망의 종교인으로써 역할을 다 해야 합니다.
- 남북정상회담 이후 종교계에서도 북한돕기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
습니다. 요즘 종교단체들이 북한방문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 북한선교를 위한 교두보확보 경쟁으로 비치기도 합니다. 통일
문제를 푸는데 종교가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남북정상회담 이전부터 여러종교 특히 기독교는 다양한 창구를
통해 식량지원, 의료지원 등을 해왔습니다. 북한에는 사찰이나 교회
가 있다고는 하나 전시용에 불과하지요. 어서 빨리 북한땅에 문이
열려 종교자유가 실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종교계의 북한지원은 반대급부를 계산하지 말고 어려운 북한의 동
족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일관할때 북한땅에도 종교자유의 문
이 열릴것으로 봅니다.
- 전북도민일보 새해 캐치프레이즈가 `도민의 역량을 자원화하
자'입니다. 도내 종교계도 힘을 실어주셔야 할 텐데, 신년을 맞아
전북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북도는 우리나라에서 여러가지 면에서 약세에 있습니다. 때문
에 우리는 더 단합하고 애향심을 발휘해야 합니다. 지난 연말 우
리 전북현안사업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돼 다행스러웠지만 그동안 새
만금사업이나 전주권공항건설 등도 도민의 소리가 하나로 합쳐지지
못해서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 전북도민들은 소지역주의와 패배의식을 버리고 전라북도
의 발전을 위해 뭉치고 힘을 모아야 합니다. 새해에도 도민여러분들
위에 하나님의 은혜와 복주심이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서은선 목사 약력>

1931년 전북 부안군 줄포 출생
총회신학교 졸업
1955~1971년 김제신용교회 시무
1972년 전주서문교회 부임
김제 전북노회장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합신개혁) 역임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개혁) 역임
현 전주바울신학교 학장
현 전주서문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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