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춘추] 피고인과 여성부 신설
[전북춘추] 피고인과 여성부 신설
  • 김선남 원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 승인 2001.02.07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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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피고인(The Accused)(조나단 캐플란 감독, 미국 파라마운트사 1988년 작품)은 우리 사회의 여성권익 보호와 관련하여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큰 작품이다.
이 영화는 흥분하고 환호하는 남자 방관자들이 있는 술집에서 3명의 남자들에 의하여 윤간 당한 여성이 사회적 비난을 극복하고 법의 보호를 받게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성폭력 피해 여성이 남성 중심적 사회통념에 의하여 어떻게 일탈자로 낙인찍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여자 주인공 새러(조디 포스터)는 윤간을 당한 희생자임에도 불구하고 결손 가정 출신, 과거의 복잡한 사생활, 도발적인 옷차림과 행동거지, 소극적인 거부 등을 이유로 '희생자'로 보호받는 대신 '비난받는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후반부에서 법의 정의가 살아있고 여성권익 보호를 우선시하는 사회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이 사건을 맡은 여검사(켈리 맥릴리스)는 성폭행 과정을 집요하게 파헤쳐 가해자들뿐만 아니라 주위 구경꾼들까지도 강간 교사죄로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
이 영화는 세계 3위의 성폭력 범죄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직장여성 10명 가운데 7명 꼴로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보면 대단히 이상적인 결말인 셈이다.
이 영화의 감동은 남성 중심적 사고가 뿌리 깊은 사회가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격을 어떻게 짓밟을 수 있는가를 잘 묘사하였다는데 있을 뿐만 아니라 또 그것을 묵인하거나 방관한 사람들까지도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는데 있다.
우리 사회는 다른 사회변화에는 앞서가고 있지만 유독 남녀평등문제에 관한한 변화의 추세에 뒤처져 있다. 유엔의 '인간개발보고서 2000'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남녀평등 지수는 세계 30위이며, 여성권한 척도는 63위라고 한다. 우리 나라 국회의원 가운데 여성 의원의 비율은 후진성을 면치 못할 정도이다. 또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가 점차 활발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직 여성의 비율은 매우 저조하며 여성 근로자는 남성 근로자에 비하여 동일 조건에도 불구하고 턱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최근 여성부 신설은 환영할만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물론 여성부가 1실 3국의 1백 2명을 지닌 '미니 행정부'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다소 미흡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정부가 여성부 신설을 통하여 열악한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개선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녀평등은 여성만의 일이 아니다. 남녀 모두의 과제이며 우리 사회의 미래 사회가 걸려있는 일이다. 앞으로 여성부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앞장서서 준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한 한명숙 초대 여성부 장관의 소신에 우리는 많은 기대를 건다.
여성부가 '작지만 강한 파워'를 가진 소신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여성부는 산적한 여러 여성관련 문제를 하나 하나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여성들이 염원하였던 여성의 사회 참여확대를 현실화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여성부는 기존 여성관련법의 개정과 정비를 해야 할 것이며, 성 고정관념을 변화시킬 의식화교육 정책도 현실화 시켜야 할 것이다. 또 여성부는 소수 기득권 계층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에만 관심 둘 일이 아니라 소외된 여성들의 삶에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성문제에 관한 한 매우 보수적이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여성부 신설'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상당 부분 향상되었다는 식으로 왜곡된 해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일부 정치인들은 '여성부'를 정치적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방패막이로 활용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여성부는 이러한 가능성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다.
여성부는 영화피고인에서 그려내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적어도 피해 여성을 희생시키지 않는 법적제도적 장치라도 마련해 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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