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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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전주변호사회 회장>
  • 승인 2001.02.16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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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법정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할 때 오른손을 들고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라고 선서하고 증언한다.
서구에서도 왼손을 성경에 얹고 오른손을 들고 같은 내용의 선서를 하고 증언한다.
그런데 실무에서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열마디 증언중 두어마디만 사실인정의 증거로 채택하고, 나머지는 배척하고 있고 또 실질적으로 선서했음에도 전혀 거리낌없이 거짓말을 하는 예가 많다.
반면 서구에서는 형사 피고인도 선서하고 증인으로 증언할 수 있고, 그 내용도 자기에게 불리한 사실마저도 숨기지 않고 진실을 얘기한다.

법 지키고 특권의식 버려야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는 서구 사회에서는 위증하는 것이 영혼의 저주를 받는 것으로서 큰죄에 해당하고 인격적인 수치로 알고 있으나, 유교문화가 지배해 온 우리나라에서는 한비자나 순자 등 법가보다는 공자, 맹자등 유가가 추앙받는 전통이 있어 사건 당사자 부탁으로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할 때 법대로 증언하는 것은 어질지 못한 소인배이고, 법에는 조금 어긋나지만, 부탁한 당사자에게 유리하도록 증언하는 것이 '德人'이라 생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지배 논리가 단순한 농경사회가 아니라 지배 논리가 복잡 다기한 산업사회이고, 우리나라도 이제는 후기 산업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단 몇일 만이라도 사회를 지배하는 법이 사라지고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처벌하지 아니하고 방치한다고 가정해 보아라.
우리는 얼마나 혼란스럽고 불안하겠는가 또 불편하겠는가, 감히 상상도 못하는 아비규환이 일어날 것이다.
이 복잡 다기한 현대 사회를 이끌어 가고 유지해 주는 것은 바로 法에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법철학자 옐리네크는 法은 최소한의 道德이라고 강변한바 있다.
현대 사회 시민이라면 법을 지키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수적인 덕목인 것이다.

준법은 최소한의 덕목

법보다 정실을 앞세우고, 준칙보다 나만은 예외이고 싶은 특권의식을 버리지 않는 한 아무리 지위가 높고 많이 배웠다 하더라도 민주시민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무뢰배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법보다는 정실을 앞세우고, 준칙을 지키는 것보다는 편법을 동원하려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기득권층의 쓸데없는 자의식중 하나인 특권의식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으로써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병폐인 것이다.
'나'의 특권을 앞세우기보다 '남'의 권리를 위해주는 그런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 많이 생길수록 그만큼 우리사회의 발전도 한층 가속화 되는 것이다.
하루빨리 위 같은 특권의식을 불식하여 법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자유롭고 편하며, 준법이야 말로 민주시민의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리나라를 밝고 명랑한 사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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