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어떻게 되나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 어떻게 되나
  • 김긴수<농협 전북지역본부장>
  • 승인 2001.03.04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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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쟁점화 되고 있다.
지난해 오렌지, 포도 등 수입과일 때문에 국내 과일가격이 폭락하여 아직도 그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왜 굳이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을 조속히 마무리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4차례 협상결렬 이견 못좁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은 지난 '98년 11월 APEC(아태경제협력단체) 정상회의에서 한˙칠레 양국 정상이 잠정 합의한 이래 4차례나 협상을 했으나 양국이 양허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5차 협상을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칠레를 남미지역 공산품 수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인데 인구가 우리의 1 3수준에 불과하고, 1인당 국민소득도 1 2 수준에 불과한 나라의 구매력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스럽다.
협정에 관계없이 칠레는 2010년까지 무관세화를 선언한 바 있고, 칠레의 현재 평균 관세가 8% 수준에 불과하며 2003년까지 6%로 낮춘다는데 일부 품목의 수출 확대를 위해 평균 68%에 달하는 우리 농산물의 관세를 철폐한다는 것은 농산물을 볼모로 삼으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또한 칠레가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과도 자유무역 협정을 추진중에 있어 공산품 수출이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인지도 의문시되며 오히려 우리의 농업 기반만 파괴되고 말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칠레는 광산물과 농˙축˙임산물을 수출하는 대표적인 1차 상품 수출국가(케언즈그룹)로 국토면적이 우리 나라의 7.6배나 되며 국토가 남위 10도에서 57도까지 길게 자리잡아 1년 내내 각종 기후에 맞는 농산물을 저가로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과일은 세계 최고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신기술 도입과 체계적인 물류시스템이 완비되어 전세계 농산물 수출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협상이라는 것이 각기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자는 것인데 어떤 이유에선지 우리 정부는 한˙칠레 FTA를 성사시키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J.C 컬훈은 "보호무역과 애국심은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고 말했고, A.G 비어스는 "외교란 조국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애국적 행위이다"라고 말했다.

국민모두 힘과 지혜 모아야

10여년 이상 끌어온 칠레와 뉴질랜드간 자유무역협정이 낙농제품의 시장보호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렬된 사례도 있고, 칠레와 멕시코, 칠레와 캐나다간 자유무역협정에서도 농업부문중 민감한 품목은 예외로 한 점, 북미 자유무역 협정은 물론 호주와 일본간의 협정에서도 농업부문을 예외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우리도 농업부문을 아예 제외시키거나 예외 조항을 두도록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앞으로 있을 WTO 차기협상에서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인정해주도록 요구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을 지키기 위해서도 한 칠레 FTA 협상에서 우리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WTO 차기협상 타결 이후로 한˙칠레협상을 미루는 방법도 강구될 수 있다고 본다.
최대한 자국농민의 이익과 권익보호 향상에 중점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무역자유화는 거역할 수 없는 추세이긴 하나 자국의 농업 보호에 힘쓰는 선진 제국들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정부와 학계, 농업인, 일반 국민들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 최선을 다할 때 우리 농업도 회생의 기미를 보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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