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것, 하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것, 하지 못하는 것
  • 노상운<논설위원>
  • 승인 2001.03.15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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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정부 출범후 2개월도 못돼 가진 한미정상회담의 결과는 한국측의 '아시아 정상으로서는 최초의 방문' '적극적인 대미안보외교' 의 의욕과 기대에 비해 이렇다 할 가시적 성과가 미진한 것으로 비치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의 대북정책 핵심인

'햇볕정책'에 대한 부시정부의 인정 외에는 오히려 이견만 노
출한 것으로 특히 국내에서 거칠게 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처럼 절제된 평가를 십분 이해한다 해도 이번 정상회담의 전체적 내용을 두고 야박한 점수를 주는 것은 적절한 결론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어떤 예정된 합의나 사전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양국간 정상회담의 전례였다면 이번 방문에서는 우리의 대북정책을 설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도록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위 '설득'의 행보요, 전임 클린턴 정부와의 대북정책 공조의 끈을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그들의 분위기를 탐색하고 조성하려는데 그 기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을 좀더 후하게 해석하여 자주외교, 동등외교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는지 뒤집어 생각할 건덕지를 건져 보고 싶어진다. 언제 이처럼 대통령이 직접 미국의 국무, 국방장관과 시간을 쪼개 만나고 미의회에서 일문일답의 대담형식을 통해 문제의 인식 차이를 이해 접근시키려 한 적이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의미를 작게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미회담 손해 본 것 없다

문제는 미국의 대북진로의 중심인 핵, 미사일의 검증과 투명성, 그에 따른 경제지원 조건 조성 논란이다. 이들이 애당초 미국의 'NMD'전략 추진과 아울러 북미관계 진전의 열쇠임은 시작도 아니고 새삼스러울수 없는 사항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에 대한 고조된 감정적 정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리가 줄 수 없는 한계에 대해 우리에게 문제를 넘겨 주고 있는 격이 되고 있다.

일찌기 미국의 대북관계는 한국과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면서 한국이 배제되거나 한국의 국익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공조협력' 양국의 공통된 인식이자 바탕이다. 그러나 핵과 미사일이 미국의 주도로 미국의 세계전략 기조하에 논의대상이 되어 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는 핵을 사찰할 여력도 없거니와 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할 어떤 수단도 지니고 있지 못하다. 다만 NMD에 관해서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방한시 ABM에 관한 기본적 인식에 대한 언급 외에 더 나아간 것이 없다. 외무장관이 그에 대한 설명을 미국측에 했고 김대통령이 유감표시를 했으며 NMD 수용을 둘러싼 국내적 분위기도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회담 일정을 찬찬히 뜯어보면 의외로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놓고 우리측은 최선을 다했고 미국도 할말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김대통령 방문시 미국의 언론과 의회, 외교안보팀들이 녹녹한 상대로 보았을지 노벨상을 탄 인권주의자, 평화주의자로써의 김대통령 이미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지 앞으로의 한미관계에서 드러날 것이다.

북한의 반면교사

이러저러한 평가를 뒤로 두고 우리의 남북관계 진전은 한시의 눈돌릴 사이 없이 달려가야만 하게 돼 있다. 그런 내달음에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의 경험은 매우 유용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가 '포괄적 상호주의'를 표방하든 당초의 기조를 유지하든 우리는 '줄 수 있는 것'과 '못 주는 것', '할 수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을 명백히 갈라야 할 필요성을 알게 했기 때문이다.

'핵과 미사일은 우리 맘대로 못한다. 남북교류와 경제지원은 우리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도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북한도 우리의 한도가 넘도록 과도한 요구와 조기에 '줄 수 있는 것'을 시간끄는 등의 시행착오를 범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 중요한 예가 금강산 관광과 현대의 어려움이다.

현대의 적자를 무시하고 과다한 입산료 요구와 합의사항 이행 기피를 계속한다면 현대의 도산과 금강산관광의 중단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그것은 개성공단의 성립 자체도 어렵게 하고 경의선 철도 연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장관급회담 무단연기와 같은 예측불가의 행태도 버려야 한다. 그래서 그런 것들이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에 연쇄반응을 일으킨다면 결국 '북한정책과 이익의 구속'으로 귀결됨을 직시하여야 할 때다. 북한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깨달을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미정상회담은 한국보다 북한의 훌륭한 반면교사로 작용하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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