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사회를 위하여
준법사회를 위하여
  • 홍춘의<전북대학교 법대 교수>
  • 승인 2001.03.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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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말 국가의 경제권을 저당 잡힌 이래 아직도 그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IMF 사태의 원인으로는 일차적으로 잘못된 경제정책과 정권 담당자들의 무능, 족벌재벌들의 방만한 경영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원인보다도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우리 사회에 바람직한 법질서가 형성되지 못하고 국민 개개인의 준법의식의 확립되지 못한데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정당한 사회질서 수립해야

특히 최근에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법 경시 내지 무시 풍조는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이다.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의 형태, 법과 규칙을 일상적으로 위반하는 사회생활로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공공의 이익과 개개인의 이익을 무시하는 집단 이기주의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폭력행위와 공권력의 무시 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IMF 사태 이상의 파국적인 상황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따라서 우리 국민이 21세기의 급변하는 국제화, 정보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당한 법과 질서를 확립하고 이를 준수하는 준법사회를 이룩해야 한다.

준법사회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당한 법제정과 사회질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당한 법이라야 국민들의 준수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이후 서구의 민주주의 정치이념과 더불어 법치주의의 이념을 국가의 기본원칙으로 천명하였다. 그러나 국가의 고도성장과 경제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정의에 합치되지 않고 국민의 동의에 기초하지 않는 법과 질서를 형성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사회 구성원들에게 법과 질서의 준수를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법이 그 구성원들에게 의하여 준수되기 위해서는 우선 그 법 자체가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정당성을 상실한 법, 사회 구성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법은 구성원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지키기 어려운 법, 현실성이 없는 법은 시급히 정비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법의 합리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법집행의 공정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공정한 법집행만이 법의 준수를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적용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법현실에 대한 회의감과 법집행기관에 대한 불신, 그리고 사회질서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준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권력의 공정한 법집행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질서법규위반행위감시, 환경보건위생감시, 범죄감시, 선거감시, 인권감시, 언론감시 등 다양한 시민의 감시가 긴요하며 이러한 시민의 감시는 공권력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준법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법의식이 없이는 준법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은 사회질서 유지를 통하여 개인의 이익과 행복을 보장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법을 잘 지킬 때 비로소 개인의 이익과 행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법을 지키면 손해를 본다는 잘못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의식 때문에 불법과 부패가 만연하고 무질서가 초래되고 있다.

지도층 솔선수범해야

국민의 올바른 법의식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는 물론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법에 대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중도덕을 지키는 자세, 사소한 교통법규라도 준수하는 자세, 타인의 이익을 배려하는 자세 등 기본적인 사회질서를 지키는 자세를 배우고 익힐 때 바람직한 법이 지배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교육은 학교교육이 가장 효과적이겠지만 가정과 사회생활 속에서의 현장교육이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늘날처럼 출세지상주의와 황금만능주의가 횡행하고 가진 자가 자제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정당한 법도 그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따라서 준법사회를 위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연대의식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특권포기 그리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강하게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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