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전주국제영화제 문윤걸기획조정팀장
[만남]전주국제영화제 문윤걸기획조정팀장
  • 임형호 기자
  • 승인 2001.04.01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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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볕이 따사롭다. 문화행사도 이곳 저곳에서 열리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정한 지역문화의 해

우리고장의 문화 터전을 가꾸고, 씨뿌려 나가는 현역들을 찾았다.

이들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나아가
왜 그같은 일을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 주>

전주국제영와제에서 기획.조정팀을 이끌고 있는 문윤걸씨(40).

그는 전북에서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문화평론가중 한사람으로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통해 자신의 문학관을 피력하고
있다.

그가 이번달 27일부터 열리는 영화제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지, 또 평론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해 폭 넓게 들어본다.

-전주영화제에서 중시하는 부분은.

많은 이들이 좋은 영화를 불편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
장 중요합니다.
나아가 영화를 통해 우리가 누구인가 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우리 고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는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보여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벤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전북의 예술인들이 중심에 서도록 배려했다는 점입니다.
전주에서 치러지는 행사에서 조차 지역 예술인들이 주인공이 되지
못하면 이들은 영영 무대에 설 기회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지역 문화인들이 얼마나 참여하는지.

우리의 이웃에 사는 풍물패들로 흥을 돕고, 지역예술인들이 중심
이 된 퍼포먼스(행위예술)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밴드도 청소년부터 성인에 이르기가지 지역 밴드를 우선했습니다.

-서울 전문가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전문성있는 인재들이 지역에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 번, 두 번 이같은 행사를 치르면서 노-하우를 습득, 점
차 전문성이 쌓이게 되면 점차 지역인들이 우리 고장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메꿔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영화선정은 전적으로 수도권의 전문가들에게 의
존했습니다.
이를 서울과 지역으로 구분하기 보다는 전문성 여부의 관점에서 봐
야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성과가 적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

바로 이같은 시각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라 봅니다.
인기가수 몇 초빙해 공영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에 수만명의 관
객동원은 매우 쉽지요. 아마 돈 벌이도 될 겁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연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애써 우리가 우리 모습을 보이려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좋
을 듯 합니다.
우리의 것을 보기 위해 외지인들이 전주를 찬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요즘 유행하는 대중가수인 핑클 이나 SES 를 전주에
서 보기 위해 전주를 찾게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봅니다.

-지역문화를 일궈야하는 이유는 뭡니까.

꽃은 꽃대로, 노을은 노을대로 아름답습니다. 비교해 단언하기 어
렵지요.
지역문화의 토양을 북돋워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 고장에는 우리만의 예술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삶
입니다.

-향토예술인들이 커나가면 어떤 효과가주어집니까.

삶의 질이 높아질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우리가락인데도 국악이 천시됐었습니다. 지금
은 보편화돼 보통 사람들도 자신의 감정을 선조들이 즐겨온 방법으
로 표현합니다.
담장에 그려진 벽화도 작지만 그같은 하나의 예입니다.
미술이 지식이나 생활수준이 높은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관념에서
벗어나 서민들의 곁으로 다가갔다고 봅니다.

-지역문화행사에 대한 느낌은

지나치게 서두르는 감이 있습니다.
물량공세로 문화행사의 성패를 가늠하려는 의도까지 엿보입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이루려는 발상은 지역문화예술의 발전에 아무
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러나 쉬지 않고 향토문화를 가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문화평론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평론이란 문화가 갖고 있는 사회적 의미들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엔 돈이 있는 것이 자랑이었으나, 이젠 소비하는 모
습을 보이고 싶어하는 심리가 지배적입니다.
실제 넓은 창가에서 햄버거 먹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든지, 여름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이 자랑인 시대가 됐습니다.
늘 변하고 있는 인간사에서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찾아보고, 종국
에 가서는 지금 우리가 어떤 존재인가를 설명하는 작업 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좋은 문화를 즐기는 것은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습니다.
이를 통해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봅니다.
좋은 문화는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는 만들기 어렵습니다. 지역민
모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곧 두번째 영화제가 개최됩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참으로 건강한 정신을 가진 영화들이 적극적으
로 소개되는 자리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문윤걸씨는 전북대 사회학과를 졸업(84년)하고 고려대에서 박사과
정(사회학 전공)을 수료했다.

86년부터 음악과 문학평론을 시작했으며, 대중문화평론과 함께 문
화기획자로 주목받고 있다. 틈틈이 대학에 출강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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