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촌초등 '전통의 맥' 잇는다
조촌초등 '전통의 맥' 잇는다
  • 이영진기자
  • 승인 2001.05.22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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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형상 살펴보니 쑥대머리 귀신형용 적막 옥방의 찬자리어 생각
난 것이 임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 보고지고...' 춘향
가 중 한대목이 어설픈 소리로 귀끝을 당긴다.

조촌초등(교장 박용주) 교정에는 매주 화요일, 토요일 방과후면
애기소리꾼들의 티없는 소리가 흘러 다닌다. 소리의 진원지는 1학
년 2반 교실. 스물댓명의 올망졸망한 1학년생들이 북장단에 맞춰
소리 공부를 하고 있다. 아빠다리를 하고 앉아 어깨를 들먹이며 북
장단에 귀기울이는 진지한 모습이 이미 반은 소리꾼이 된듯 하다.

조촌초등 1학년생들이 특기적성교육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소
리공부 현장이다. 일반 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교육으로 판소리를
선정해 다소 의아하다. 일반 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과목은 대부분
논술, 영어, 피아노, 바이올린, 수학, 미술 등이다.

그러나 판소리를 지도하고 있는 고정자 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너무나 당연한 선정이다. 고 교사는 아이들을 소리꾼으로 만들자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우리 소리를 접할 수 있는 기회
를 제공하고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한다.

조촌초등의 판소리 교실은 고 교사가 앞장서 만든 프로그램이다.
학부모들의 호응이 없을 까봐 다소 걱정도 했지만 의외로 반응이 좋
다. 아이들은 청음력과 득음력이 좋아 시작한지 2개월여만에 한대
목씩을 곧잘 해댄다. 특히 평소 흥얼거리던 콧노래마저도 저절로
소리로 바뀔정도로 아이들에게 인지도가 좋다.

고 교사는 어렸을적 함께살던 삼촌이 소리를 즐겨해 귀동냥으로
관심을 가진뒤 10여년전부터는 본격적으로 강습을 받으며 소리를
익혀왔다. 지금은 판소리 기능장까지 보유하고 있다.

전라도 사람이면 담너머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가 익어 한대목쯤
은 흥얼거릴줄 안다. 귀동냥으로 소리를 배운 고 교사가 이제 그
소리의 참맛을 알고 어린 제자들에게 소리의 향기를 전해주고 있
다.

소리의 고장 전북의 명성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계보를 보는
듯 하다.

소리를 직접 지도하는 최영인 강사(우석대 2년)는 지난해 춘향제
판소리 일반부 장원을 차지한 소리꾼. 최 강사는 소리를 공부하면
아이들의 음악성 계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박용주 교장은 "1학년의 판소리와 6학년의 사물놀이 등 다양한 특
기적성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소양을 쌓아고 있다"며 특기적성교육
을 최대한 활용, 소질을 계발하고 취미와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
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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