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지사 경제정책 잇딴 비판
유 지사 경제정책 잇딴 비판
  • 박기홍 기자
  • 승인 2001.08.24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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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IMF 차입금 잔액을 모두 상환함으로써 IMF졸업장을 손
에 쥐게 된 23일 유종근 지사는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서울에 있었
다.

유 지사는 일면 기쁘기도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서"라
며 소감을 묻는 질문에 걱정을 앞세웠다.

그리고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유 지사는 우선
경제정책의 패러다임, 즉 큰 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규모가 거점개발 방식을 취했던 70, 80년대에 비해 컸는데도 수
출입국 신화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출은 `천수
답 농사''와 비슷한데, 경제대책이 수출대책으로 끝나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제조업 육성만이 금과옥조로 통하는 현실도 강하게 지적했다. 90년
대 미국경제의 호황을 이끈 주역이 바로 서비스업인데, 우리 경제정
책은 지금까지 제조업 우대만 외치고 있다는 요지다. 수출과 제조
업 위주 정책 비판은 그가 IMF해결사로 뛰던 97년말부터 제기해온
것이다.

유 지사는 특히 물 흐르듯 해야 할 시장경제에 관이 너무 개입한
다 고 지적한데 이어, 기업들도 IMF공황에서 너무 빨리 빠져나온 까
닭에 옛날 방식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문제라고 따끔하
게 질타했다.

비판은 은행에 공적자금을 엄청나게 투입, 부실을 털어냈음에도 불
구 경영의 본질과 마인드는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금융권으로
비화됐다. 글로벌 경제통으로 알려진 유 지사가 정부정책과 기업
계, 금융권을 싸잡아 지적하고 있는 셈이다.

유 지사의 경제정책 비판은 지난해 6월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강에
서부터 수위가 높아졌다.

특강에서 유 지사는 현 경제팀의 무원칙, 무소신, 무책임으로 김대
중 대통령의 경제개혁이 좌초할 위기에 처해 있다 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올해 3월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대우사태를 처리하는 과정
에서 신속 과감하게 처리하지 않고 개혁의 원칙을 무시한 채 관치금
융의 수단을 동원하여 땜질식으로 문제를 덮어 준 것이 곪아터질 상
황까지 오게 된 것 이라고 직설화법으로 비판했다.

유 지사의 경제정책 비판은 경제에 정통한 사람으로서 자신의 의견
을 개진한다는 측면에서 당연할 수 있다. IMF해결사 역할을 위해 백
방으로 뛰어온 그로선 국내 경제의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비판의 수위가 높은데다 지난해 이후 여러
인터뷰에서 과감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변의 관심을 끈다. 일각에서
는 중앙을 겨냥한 비판은 역설적으로 중앙으로 올라가겠다는 뜻 아
니겠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유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진로에 대해 입을 다문 채 "지금은 도정
이 중요하다"며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전을 펼칠 것을 다짐했고, "좋
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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