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수양어머니와 40년만의 상봉
동갑내기 수양어머니와 40년만의 상봉
  • 연합뉴스
  • 승인 2001.08.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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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힘들었을때 얼굴도 모르는 저를 도와준 이국의 어머니
를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40년만이지만 결국 지키게 돼 너무 기뻐
요.'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는 LA에서 K2018편으로 태평양 바
닷길을 마다않고 날아온 미국인 수양어머니와 동갑내기 한국인 아들
이 40년만에 만나는 감동의 장면이 펼쳐졌다.

국경과 세월을 뛰어 넘은 사랑의 기적을 이룬 두 주인공은 전
북 익산에서 꽃잔디 농장을 경영하는 송호윤(52)씨와 미국 세인트
루이스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수지 프랜켈(52.여)씨.

동갑내기 송씨와 수지의 인연은 지난 62년 UN 경제이사회협의
기구이자 국제어린이 후원단체인 플랜 인터내셔널의 한국지부였던
양친회(현 플랜 코리아)를 통해 시작됐다.

이 단체의 후원이 일시적인 후원금 전달이 아닌 1대1 수양부모
와 수양자녀 역할로 결연, 후원금 이외에도 서로 선물과 편지도 나
누도록 하는 방식 때문에 더욱 따뜻한 가족의 정으로 후원자와 수
혜자의 인연이 맺어졌고 수지와 송씨도 그랬다.

송씨는 지주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한국전쟁때부터 시작된 토지
개혁으로 소유지를 모두 빼앗기고 송씨가 돌이 될 무렵 아버지는
화병과 중풍으로 세상을 달리했고 이후 생활형편은 서서히 어려워
졌다.

4남매의 장남이었던 송씨는 10살이 되자 결국 살길을 찾기위
해 어머니와 동생들과 무작정 상경, 아현동 달동네 단칸 셋방에서
끼니와 추위를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려운 시절을 겪기
시작했다.

어려운 송씨를 보다못한 한 친척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플
랜코리아의 전신 양친회의 한 관계자를 통해 송씨는 이국의 수양어
머니 수지를 만났다.

한국은 한국전쟁 직후 53년부터 79년까지 양친회의 수혜국으
로 도움을 받아오고 있었다.

그녀는 금전적인 도움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인 삶에 대한 희망
을 전해주면서 약속된 4년간 송씨를 친아들같이 한편으론 어려운
친구를 돕듯 따뜻한 가슴으로 도움의 손길을 펼쳤다.

송씨는 '중학교 시절 수지 어머니로부터 받은 많은 편지를 통
해 절망적으로만 바라봤던 세상을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
고 국경을 넘은 진지한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힘든 송씨는 시절 국적도 피부색도 달랐지만 태평양 넘어 다가
오는 수양어머니의 사랑으로 삶의 목표를 정해 열심히 살아갈 수
있었고 성공하면 수지를 꼭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씨는 나이 쉰살이 넘어 40년전 약속을 지키기위해 수지의 생
사와 사는 곳을 수소문했고, 4남매의 어머니로 유치원 원장이
된 수지가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송씨는 수지가족을 익산농장으로 초청했고 수지 또한 흔쾌히
송씨의 초청을 받아들여 이날 극적인 만남이 이뤄진 것.

송씨는 '동갑내기 수지어머니랑 사흘간 익산농장에서 가족처
럼 지내며 그동안 맘에 품고 있었던 고마움을 모두 전해주고 싶
다'고 말했다.

송씨는 현재 어린시절 수지로부터 받은 고마움을 잊지못해 플
랜코리아를 통해 지난 96년부터 에티오피아 세레마트(13)양을 돕
고 있고 수지의 딸 에이미(13)양도 어려운 나라의 친구를 돕는
데 앞장서고 있어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끈끈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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