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작전이 일군 쇼트트랙 금메달
<올림픽> 작전이 일군 쇼트트랙 금메달
  • 연합뉴스
  • 승인 2002.02.14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이 쇼트트랙에서 1.2위를 휩쓴 뒤외신 기자들은 금메달리스

트 고기현(목일중)보다도 전명규 감독에게 몰렸다.

88년 캘거리동계올림픽부터 한국 대표팀을 이끌며 통산 10번째 금메

달을 일궈낸명장에게서 승리의 비결을 듣기 위해서다.

하지만 쇼트트랙은 작전이 생명인지라 전 감독은 외신 기자들에

게 "선수가 잘해서 이겼다"라고만 말할 뿐 좀처럼 작전 내용을 털어

놓지 않았다.

이번 승리도 중국을 겨냥한 전 감독의 치밀한 작전이 있었기에 가능

했다.

전 감독이 올림픽을 대비해 태릉선수촌 실내빙상장에서 집중적으로

연습시킨 것은 '추월당하지 않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주로 다른 나라 선수 뒤를 따라가다 마지막에 역전하는 것

으로 재미를보던 한국 대표팀의 작전에 일대 변화가 생긴 것.

한국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경험이 적어 노련한 중국의 양양A와 양양

S로부터 추월 기회를 잡지 못할 뿐더러, 섣불리 추월하려 하다가

는 오히려 실격당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두 선수가 치고나간 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체

력을 조절하고 중국 선수의 추월을 막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

이 작전은 그대로 먹혀들어가 이날 경기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고기

현이 선두로나섰고, 5바퀴를 남겨놓고는 최은경과 선두를 바꿔가

며 상대 선수를 효과적으로 견제해갔다.

이 와중에 양양S가 추월을 시도하다 넘어졌고 예브게니아 라다노바

(불가리아)와양양A도 따라잡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 하나의 작전은 정보 통제.

캘거리로 전지 훈련간다고 중국에 역정보까지 흘리며 전력 노출에

힘썼던 한국은 솔트레이크시티에 와서도 전력을 다해 훈련하지 않

으며 중국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양양A가 준결승전에서 최은경이 무서운 뒷심으로 갑자기 추

월하자 당황하게 됐고 "뭔가 이상하다"고 알아챈 결승전에서는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당한것이다.

출국후 한 번도 면도를 하지 않아 수염이 덥수룩해진 전 감독은 "이

번처럼 긴장되고 부담이 컸던 대회는 없었다"며 "이날 승리가 자신

감으로 이어져 앞으로도 계속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

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