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침의 창]장수하늘소를 꿈꾸며
[새아침의 창]장수하늘소를 꿈꾸며
  • 승인 2002.09.12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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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서 뒤 담장에는 아름들이 호두나무, 은행나무 노목이 병풍처

럼 서있고 그사이를 넘나들며 호두를 따는 청솔모 한 쌍이 정겹기

만 하다.

 이번 태풍에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아 궁금하다.

 

 공업도시 울산을 떠나 이 곳 장수에 온지 벌써 달포...

 싸리재를 넘어오면서 바라본 장수는 사방이 푸른 산으로 둘러싸

인 작은 고을로 하늘과 산이 맞닿아 쪽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정원이

었다.

 울산에서 공해에 찌든 폐부가 깨끗이 씻겨지고 농도 짙은 산소로

나를 채울 수 있었다.

 

 인구 3만의 작은 시골

 군수께서는 논개의 얼이 숨쉬는 충절의 고장이며

 금강의 발원지 뜸봉샘이 있고 해발 1000미터 이상의 덕유산, 장안

산, 팔공산 등 백두대간이 우뚝하며 장수군의 평균 고도가 해발 430

미터로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천혜의 고장으로 인정많은 사람들이 정겹게

모여사는 희망의 땅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한다.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곳 미래가 있고 희망이 있는 장수에서 자

연과 함께 하는 생활은 내 인생 최고의 나날들이다.

 

 이곳 장수는 인근의 무주나 진안만큼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한국에 마지막 남은

청정지역이 아닐까...

 

 처음 장수에 발령받고 장수로 오면서 머릿속을 스쳐가는 것이 '장

수하늘소' 였다.

 초등학교 때 배운 장수하늘소...

 이곳 장수에 장수하늘소가 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장수하늘소는 딱정벌레목(Coleptera) 하늘소과(Cerambycidae)에

딸린 대형 딱정벌레의 하나로 몸길이가 수컷은 15Cm까지 자라는 몸

집이 보통 하늘소의 두배에 가깝다.

 서어나무, 신갈나무, 물푸레나무, 들메나무 등 수령이 오래된 노

목들이 자생하고 있는 활엽낙엽수림에서 살고 있다.

 장수하늘소는 이름그대로 하늘소과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크며 힘

이 센 종이다. 발달한 큰 턱은 사슴벌레 같은 싸움꾼도 당할 수 없

을 정도라고 한다.

 

 1968년 천연기념물 218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지금은 개

체수가 아주 적어 절종 위기에 처해 있다. 청정 자연을 상징하고 울

창한 산림속에서 높은 기상을 자랑하는 하늘소는 장수라는 지명과

의 동일성, 그리고 최고의 자리에 있는 강직함과 그 희귀성을 볼

때 청정장수의 이미지와 가장 합치되는 곤충이 아닐까...

 백두대간 골짜기 어딘가에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장수하늘소를

찾아 장수의 상징으로 만들고 관련 환경축제를 기획한다면 장수발전

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군수께 제의했더니 흔쾌히 '장수

하늘소축제'를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하셨다.

 나의 작은 생각이 반영되니 나도 이제 장수군민 자격이 생긴 것

같아 뿌듯하다.

 

 최근 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 그리고 그 얼마전에 10여일 내리

퍼부어댄 늦장마로 우리 이웃들이 많은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을 보

고 가슴이 아려온다.

 우리 장수도 다른 지역 못지 않게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인명피해

는 없었고 과수원 낙과와 벼 도복 피해가 상당했지만 극심지역에 비

하면 다행이었다. 장수군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던 것은 관계

행정기관들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조치도 있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지키고 가꿔온 자연이 재해를 최소화 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사방을 둘러봐도 울창한 삼림이 거대한 물줄기를 멈추게 했고 잘

정리된 하천이 범람을 막는데 일익을 담당한 것이다.

 

 이번에 큰 피해를 본 곳은 불가항력적인 곳도 있지만 상당지역은

우리가 훼손한 자연으로 인한 인재도 많았다고 생각한다.

 산불로 훼손된 산하. 골재채취다 골프장건설이다 택지개발이다 하

면서 눈 앞의 이익만 앞세운 개발편의주의와 난개발이 자연의 균형

을 무너 뜨렸고 무너진 자연은 재해로 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수 없

었던 것이다.

 제 철을 잊어버린 장마, 일년 강수량을 하루에 쏟아 붓는 기후...

 최근 세계 각국이 홍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산림파괴로 대기,해수온도가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엘

리뇨가 합작하여 사상최악의 폭우, 가뭄등의 자연재앙을 불러왔고

앞으로 연례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세기의 산업화 도시화로 우리의 삶은 편해지고 부유해졌지만 반

면에 환경파괴로 진정한 삶의 질은 후퇴한 것이 아닐는지

 이제 21세기에는 환경이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코끗을 찢는 오염된 대기와 정부가 자랑하는 수돗물을 외

면하고 생수를 사먹으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21세기 환경의 세기에 가장 오염되지 않은 한국의 허파 장수에서

살고 있음에 감사한다.

 

 그러나 자연의 보고 장수도 최근 개발붐이 일면서 명성이 퇴색되

고 있음을목도하곤 한다.

 전북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재정자립도, 어려운 군민들의 생활을

살리기 위해 산지를 개간하면서 수많은 나무들이 잘리어 지고 있

다. 유실수를 심어 수입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벌목을 허용하고

있는데 환경과 조화를 생각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항상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본다. 머리에 이발기계를 댄 것 처럼 흉물스런 모습을 하

고 있는 백두대간을 보노라면 내 가슴속이 황폐해 지는 듯 하다.

 

 장수읍에는 논개사당이 있고 그앞에는 일산호수공원 처럼 잘 꾸며

진 의암호수공원이 있다.

 멀리 팔공산을 바라보며 펼쳐진 작지만 아름다운 공원

 아침마다 이곳을 산책하면서 만나는 분이 있다

 다리는 불편하지만 호숫가의 쓰레기를 말없이 줍는 아름다운 마음

이 아침마다 나를 상쾌하게 한다.

 

 우리 장수가 자랑할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분명 자연이다.

 이 소중한 자연은 방치해서도 안되고 무분별하게 파괴해서도 안된

다.

 나의 자식처럼 나의 분신처럼 아끼고 가꿔야 한다.

 언젠가 그리 멀리 않은 장래에 청정장수는 우리에게 풍요롭고 아

름다운 삶을 보장해 줄 것이다.

 우리 군민 모두 장수의 주인으로서 나부터 작은 것부터 실천해 가

는 행동이 필요한 때다.

 

 *사진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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