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이번 부산아시안게임에 정식종목으로 추가된 여자 3m스프링보
드 싱크로나이즈드 경기에서 강민경(제주남녕고)-임선영(부산동여
고)조가 지난해 세계선수권 1위인 중국의 궈징징-우민샤조에 이어
당당히 2위에 오름으로써 '86서울대회 때 이선기 이후 16년 만에 메
달을 따낸 것.
특히 여자선수가 입상한 것은 부산아시안게임 한국선수단 감독인 김
영채(대한수영연맹 수중발레 이사)씨가 66년과 70년, 10m 플랫폼에
서 각각 동, 은메달을 획득한 뒤 무려 32년 만에 이뤄진 쾌거다.
이날 일본을 누르고 2위에 오른 한국 다이빙의 선전에 대해 중국
코칭스태프는"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민경-임선영조의 메달 획득이 `기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지난 4월
에야 대표팀이 재구성될 만큼 붕괴 위기에 놓인 국내 다이빙계의 말
못할 현실 때문이다.
다이빙은 중국과 북한의 경우에서 보듯 투자만 제대로 이뤄지면 올
림픽 메달까지 가능한 유망종목이지만 대한수영연맹에서조차 외면
당해 경기력 향상은 고사하고종목 존속이 과제가 된 지 오래다.
빠듯한 살림을 내세워 경영에 투자를 집중시키는 수영연맹의 무관
심 속에 울분만 삼키던 다이빙 대표팀은 결국 지난해 1월 연맹이
국고 지원을 받는 다이빙 전임지도자 자리마저 없애자 "다이빙 죽
이기"라며 훈련에서 집단이탈하는 실력행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훈련거부 파동은 오히려 다이빙에 큰 상처만 냈다.
`파업'을 주동했다는 이유로 10년간 대표팀을 지켜온 박유현 감독
이 연맹에서영구 제명당해 직장인 강원도청에서도 쫓겨나 실업자
로 전락했고, 대표팀은 그해 5월 오사카 동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해
체 수순을 밟기에 이르렀다.
다이빙은 수중발레와 수구 등 수영의 이른바 `기타종목' 사람들이
비아냥거리는`대한경영연맹'으로부터 칼질을 당했지만 "세계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 만큼은꺾이지 않았고, 이런 의지는 아시안게
임을 향한 눈물겨운 노력으로 이어졌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마땅한 지도자가 없기에 다시 등용될 수 밖에
없었던 박유현 감독은 지난 4월 권경민(강원도청)과 임선영 등 선
수 6명을 갖고 "무리수"라는지적 속에 국내 오직 하나 뿐인 경기
체고 다이빙풀에서 하루 9시간의 스파르타 훈련을 시작했고, 그 노
력의 결실은 6개월 만에 기적과도 같은 값진 은메달로 찾아왔다.
연맹도 뒤늦게 다이빙의 메달 가능성을 보고 올 여름 중국 베이징체
육학교에 대표팀을 파견해 정보 및 기술습득을 도왔다.
박유현 감독은 "선수 대부분이 기본기가 부족해 3위만 해도 다행이
란 생각이었다"고 밝히고 "선수, 코치 모두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씻자고 의기투합한 게 오늘의영광으로 이어졌다"면서 그만 눈시울
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