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전화 김성길 이사장
생명의전화 김성길 이사장
  • 한성천기자
  • 승인 2003.05.25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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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다른 길에 봉착했을 때 누가 나의 손을 붙잡아 줄 것인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가슴앓이를 하며 좌절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을 때 누가 나에게 생명의 줄을 내려 줄 것인가?”

 철저하게 자기중심의 사회로 변모한 현 세태 속에서 남을 위해, 좌절한 영혼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지난 15년 동안 소리 없이, 표나지 않게 좌절하는 이들의 손을 붙잡아 줘 왔다.

 ‘전주생명의전화(이사장 김성길 변호사)’가 그 곳이다.

 올해로 창립 15주년을 맞아 김성길(61) 이사장을 만나 그 동안의 과정과 향후 운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註>

  - 먼저, 창립 15주년을 맞이한 것을 축하드리며, 이에 대한 소감은.

 ▲그 동안 상담원 교육이수자가 400명이 넘습니다. 현재 활동 중인 상담원 역시 150명에 달합니다. 창립 15주년을 맞은 전주생명의전화 이사장으로서 바람이 있다면 사회경험이 풍부하고 유능하신 분들이 ‘생명운동(生命運動)’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해 한 생명이라고 헛되이 사라지지 않도록 구원의 손을 우리 사회에 내밀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매년 자살자가 1만5천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생명의전화는 바로 용기를 잃고 좌절하다 생을 인위적으로 끊으려는 자살자를 방지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의 존재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터넷에 자살사이트가 생겨나 감수성이 높은 학생들이 희생 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결국 생명의전화 상담원들은 이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구조해내는 ‘영적(靈的) 119구조대’인 셈입니다.

 - 전주생명의전화는 언제 태동했으며, 그 동안 활동내용은.

 ▲ 한국생명의전화는 지난 73년 생명의전화를 위한 ‘아가페의 집’이 서울에서 개설된 후 3년 뒤인 76년 서울생명의전화가 개통됐고, 77년 생명의전화 국제위원회(LLI)에서 정회원으로 인준을 받았습니다. 전국적으로는 15개 지역에 개통이 되어 있고 상담원으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수도 5천6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상담건수도160만 건이 넘었습니다.

 전주생명의전화는 지난 87년 창립총회(초대 이사장 이종윤)를 갖고 88년 5월 2일 개통됐습니다. 그리고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은 것입니다. 최근 5년 간(98~2002년) 상담 추이를 보면 총 상담건수가 1만7천929건에 이르며, 상담분야도 가족갈등, 실연, 금전경제, 비행청소년, 성생활, 신체장애, 가출, 자살기도 등 다양하게 이뤄졌습니다.

 생명의 전화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믿음직한 친구’입니다.

 -구체적인 운영내용은.

 ▲ 전주생명의전화는 전화상담사업이 주 업무입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상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상담자원봉사원들을 대상으로 소그룹교육, 시민상담교실, 정기교육, 중급과정육성교육 등을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 15개 지역 상담원들간에는 전국대회와 아시아-태평양대회, 세계대회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24시간 풀 가동되고 있는 생명의전화를 이용한 상담자는 주로 심야시간대에 많습니다. 그러나 현재 도내 상담원 가운데 주부가 60% 이상을 차지해 심야시간대 상담해줄 수 있는 남성, 특히 사회적 경험이 풍부한 정년퇴임 하신 분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아쉬운 실정입니다. 이유는 최근 이혼율이 급증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젊은이들의 인내심이 약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거엔 결혼한 10쌍 중 1~2쌍이 이혼해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는 사소한 마찰과 갈등만 있어도 쉽게 헤어져 5~6쌍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 상담원으로 정년퇴직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 정년퇴직 하신 분들 가운데 마땅히 할 일이 없을 경우 취미생활로 삼을 수 있고, 인생과 직장경험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자원봉사한다면 큰 보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개인적으론 시간을 유익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상담자들에게는 어른으로서 풍부한 경험의 소리를 전해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또 상담원은 문제 있는 가정 혹은 심각한 갈등으로 고민하는 남녀의 문제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치유자’란 자긍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 생명의전화 상담방식은.

 ▶ 전화상담이 주요 상담방식입니다. 서로 바라보며 하는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상담자는 속에 간직한 고민들을 쉽게 끄집어 내 상담원과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담자는 용기를 가지게 됩니다. 특히 생명의전화는 상담자의 이름 등 모든 것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결국 상담원조차 상담자의 신상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상담효과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전화상담원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하는 것이어서 세상이 영적으로 파괴되고 인간성이 소멸되어 가는 현대사회에 있어 ‘영적 구조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전화상담원들의 역할증대를 위해 상담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교육에 정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생명운동에 도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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