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루지기 <545> 이 년이 누울끄라?
가루지기 <545> 이 년이 누울끄라?
  • <최정주 글>
  • 승인 2003.08.15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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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옹녀의 전성시대 <21>

“나리가 그리 하라시면 그래야지요.”

옹녀 년이 속은 놀놀하면서도 다소곳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구나. 내가 주모한테 단단히 일러놓으마. 네가 꽃을 안 팔아 주모가 손해를 보는 것은 내가 보상을 해주면 되겠지. 허면 이제부터 옹녀 너는 내 것이니라. 알겠느냐?”

“알고 말굽쇼. 잘 알겄구만요. 이제부터는 다른 사내는 제 몸에 손 끝 하나 못 대게 하지요. 하오니, 죽이시든지 살리시든지, 아니면 구워 잡수시던지 나리 뜻대로 하소서.”

옹녀가 코맹맹이 소리를 내면서 사내 쪽으로 발을 쭉 뻗어 사타구니 사이를 발가락 끝으로 갉작거렸다.

이생원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가 술상을 옆으로 들어냈다.

“거참, 요상시럽구나. 내가 조금 전에 분명 방사를 했거늘, 이놈이 또 고개를 드는구나.”

“진즉에 잡수셨던 보약 기운이 이제사 힘을 쓰는 모양입니다. 스무살 젊은 사내는 왔다가 뺨맞고 가겠습니다.”

“허허허, 그러냐? 어뜨냐? 기왕에 쟁기날이 섰으니, 밭을 다시 한번 가는 것이.”

‘쟁기날을 마다허는 밭은 없습지요. 나리 뜻대로 하소서. 이년은 나리 껏입니다. 조금 전에 그리 약조를 안 하셨습니까?“

“그랬지. 그랬지. 이제는 내 밭이지.”

이생원이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옹녀 년을 와락 끌어 당겼다. 사내가 당기는 대로 몸을 맡기면서 옹녀 년이 입으로는 사내의 녹두알을 갉작거리고, 손으로는 쟁기날을 쓰다듬고 있을 때였다.

정사령 나리 오십니껴? 하는 주모의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옹녀 년의 귀가 번쩍 뜨였다. 그리고 아참, 내가 인월 삼거리 주막을 찾아 온 것은 정사령 놈을 만나 고태골로 보내든지 아니면 반병신을 만들기 위해서였지?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렇다고 함양의 이생원을 뿌리치고 정사령 놈을 맞으러 나갈 필요는 없었다. 놈이 강쇠 서방님을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다니까, 오늘도 주막에 죽치고 앉아 드나드는 손님들한테 귀동냥을 할 참이었다. 천천히 나가도 만날 수 있을 것이었다.

제 주인을 만났다 싶었는지, 이생원의 거시기 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왕에 일을 치룰 준비가 된 놈을 두고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어떻게든 이생원한테 다시 한번 밭고랑 구경을 시키고 정사령 놈을 맞으러 나가야하는 것이었다.

“어떻십니껴? 나리. 이 년이 누울끄라?”

“괜찮겠냐? 여자도 색을 밝히면 허리병신이 되는 수가 있다든디, 니 허리는 괜찮겄냐?”

“걱정 안허셔도 되는구만요. 하룻밤에 열 사내럴 태와도 이년의 허리는 끄덕 없구만이라.”
옹녀 년의 말에 이생원이 얼굴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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